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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폴더가 2GB를 넘은 날

레퍼런스 폴더가 2GB를 넘은 날

2.14GB 오늘 아침에 폰 저장공간 알림이 떴다. "저장공간이 부족합니다." 확인했다. 사진 폴더 용량이 2.14GB다. 전부 레퍼런스다.습관 좋은 콘텐츠를 보면 캡처한다. 틱톡 보다가. 인스타 보다가. 유튜브 쇼츠 보다가. "이거 레퍼런스 된다." 화면 캡처 버튼 누른다. 저장한다. 출근길 지하철 30분에 20개 캡처. 점심시간에 15개. 퇴근길에 또 30개. 하루에 최소 60개다. 한 달이면 1800개. 4년 하면... 계산 안 해본다. 폴더 구조 처음엔 정리했다. "숏폼_레퍼런스" "릴스_참고자료" "썸네일_아이디어" 폴더 만들고 분류했다. 3주 갔다. 지금은 전부 카메라 롤에 섞여있다. 어제 저녁 먹은 사진. 지난주 회의 화이트보드 사진. 2달 전 본 틱톡 캡처. 전부 한 폴더다.아이러니 회의 중이었다. "저번에 본 그 레퍼런스 있잖아요." "뭔데?" "그거요. 후킹 엄청 강했던 거." "어디서 봤는데?" "...폰에 캡처해뒀는데." 스크롤 시작했다. 5분 지났다. 못 찾는다. "나중에 찾아서 공유할게요." 회의 끝났다. 30분 더 찾았다. 안 나온다. 분명 있다. 봤다. 캡처했다. 어디 갔지. 창의성의 저주 동료가 물었다. "너 레퍼런스 엄청 모으지?" "응." "근데 진짜 다시 봐?" 대답 못 했다. 돌아와서 생각했다. 지난달 모은 레퍼런스 200개. 실제로 다시 본 건 5개. 2.5%다. 나머지 195개는 그냥 저장만 했다. "나중에 볼 거야." "언젠가 쓸 거야." 거짓말이었다.검색의 한계 레퍼런스를 찾는 방법은 두 가지다.날짜로 찾기 스크롤로 찾기날짜는 기억 안 난다. "3월쯤... 아니 2월?" 스크롤은 끝이 없다. 2천 개 사진을 다 내린다. 손목 아프다. 결국 포기한다. "그냥 다시 찾아보지 뭐." 틱톡 켠다. 30분 본다. 또 레퍼런스 10개 캡처한다. 악순환이다. 동기화의 배신 노션에 정리하기로 했다. "이번엔 진짜 체계적으로." 페이지 만들었다.숏폼 레퍼런스 후킹 강한 영상 편집 스타일 사운드 활용릴스 레퍼런스 썸네일 아이디어페이지는 예쁘다. 안에 내용은 3개다. 작성일: 3주 전. 진짜 문제 문제는 캡처가 아니다. 문제는 소화다. 좋은 콘텐츠를 보면 흥분한다. "이거다! 이 느낌!" 바로 캡처한다. 그리고 잊는다. 3초 전 흥분은 사라진다.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뇌가 처리할 시간이 없다. 인풋만 있고 아웃풋이 없다. 팀장 조언 팀장이 말했다. "콘기획아, 레퍼런스 적게 봐." "네?" "많이 보면 창의성 떨어져." 이해 안 갔다. "레퍼런스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팀장이 웃었다. "레퍼런스는 영감이야. 답안지 아니고." "영감은 3개면 충분해." "나머지는 네 머릿속에서 나와야지." 돌아와서 생각했다. 내 기획안에서 내 생각은 몇 %일까. 실험 일주일 동안 캡처 안 하기로 했다. 첫날. 좋은 콘텐츠 봤다. 손이 근질근질하다. 참았다. 대신 노트에 적었다. "후킹: 첫 1초에 질문 던지기" "편집: 0.5초마다 컷 전환" "사운드: 트렌딩 사운드 + 자막 강조" 3줄이다. 캡처보다 기억에 남는다. 둘째날. 또 좋은 거 봤다. 또 적었다. "스토리텔링: 실패담 → 극복 → 교훈" "썸네일: 놀란 표정 + 큰 텍스트" 2줄이다. 그런데 회의에서 바로 설명할 수 있었다. 캡처본 찾을 필요 없었다. 깨달음 레퍼런스는 도구다. 많이 모으는 게 목적이 아니다. 잘 활용하는 게 목적이다. 2천 개 레퍼런스를 안 보는 것보다 5개 레퍼런스를 제대로 분석하는 게 낫다. 저장은 쉽다. 소화는 어렵다. 캡처는 1초다. 이해는 10분이다. 정리 오늘 폰 용량 정리했다. 레퍼런스 폴더 2.14GB. 전부 삭제했다. 손이 떨렸다. "나중에 필요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지웠다. 삭제 완료. 1.89GB 확보. 속이 시원하다. 필요한 레퍼런스는 다시 찾으면 된다. 찾아지지 않으면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던 거다. 새 규칙 레퍼런스 캡처 규칙을 만들었다.하루 5개까지만 캡처하면 바로 1줄 메모 일주일 지나면 삭제 정말 중요하면 노션에 분석글 작성까다롭다. 그래서 좋다. 진짜 좋은 것만 남는다. 패러독스 콘텐츠 기획자의 패러독스다. 많이 보면 영감이 생긴다. 많이 보면 생각이 안 생긴다.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레퍼런스에 의존하면 안 된다. 저장하고 싶다. 저장만 하면 의미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 지금 폰 용량은 여유롭다. 레퍼런스 폴더는 비어있다. 불안하다. 그런데 머리는 더 맑다. 어제 회의에서 기획안 발표했다. "레퍼런스 있어요?" "제 머릿속에 있어요." 팀장이 웃었다. 기획안 통과됐다.레퍼런스는 영감이지 답안지가 아니다. 2GB 삭제하고 나서야 알았다.

밤 11시 회의에서 나온 최고의 아이디어들

밤 11시 회의에서 나온 최고의 아이디어들

밤 11시, 슬랙이 울렸다 "지금 틱톡 보고 있어? 이거 우리도 해볼까?" 팀장님 메시지다. 11시 17분. 아직 침대에 안 누웠다. 침대에 앉아서 숏폼 보고 있었다. 일인지 취미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트렌드 모니터링이라고 하면 일이다. "봤어요. 이거 우리 버전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요." 답장 보냈다. 3초 만에 읽음 표시. "줌 켤까? 5분만." 켰다. 30분 됐다.낮에는 안 나온다 9시 30분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평범했다. "요즘 ○○○ 챌린지 핫하잖아요." "저희도 해볼까요?" "음... 다들 하는 건데..." 침묵. 커피 마시는 소리만. 3시 회의도 비슷했다. 레퍼런스 10개 펼쳐놨다. 다 좋긴 한데 우리 색깔이 안 나온다. 회의록에는 "재논의" 적혔다. 오후 5시쯤 PD가 물었다. "오늘 촬영분 어떻게 갈까요?" "일단... 찍어보고 편집하면서 생각해봐요." 애매한 답. 본인도 안다. 근데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퇴근했다. 7시 10분. 일찍 나온 편이다. 집 가는 지하철에서 틱톡 켰다. 10분 만에 3개 저장했다. 레퍼런스 폴더가 불어난다.밤이 되면 달라진다 집 도착. 8시 반. 씻고 나왔다. 9시. 침대에 앉아서 유튜브 쇼츠 돌렸다. 배경음악으로. 노션 켰다. "콘텐츠 아이디어" 페이지. 오늘 저장한 영상들 다시 봤다. 낮에는 "이거 어떻게 우리 걸로 만들지" 막막했는데. 지금은 보인다. "아, 이거 ○○○로 패러디하면 되겠다." "우리 제품 특징이랑 이 밈 조합하면..." "1차 후킹은 이렇게, 3초 뒤에 반전..." 노션에 막 적었다. 구조도 나왔다. 썸네일 구도도. 11시 됐다. 슬랙 알림. 팀장님이다. 아까 그 영상 보내면서. "이거 어때?" 통화 시작했다. 둘 다 흥분했다. 아이디어가 막 나왔다. "이거 우리 시리즈로 가져가면 되잖아?" "맞아요. 3편까지 기획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내일 아침에 공유할까?" "네, 제가 정리해서 올릴게요." 통화 끊었다. 11시 42분. 잘 시간인데 노션 정리부터 했다. 30분 더.왜 밤에 나올까 생각해봤다. 여러 번. 낮에는 압박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 내야 해." 이게 머리를 누른다. 회의실에 사람 많다. 다들 기대한다. 뭔가 대단한 거. 근데 대단한 건 쉽게 안 나온다. 시간 제약도 있다. 1시간 회의면 1시간 안에. 결론 내야 한다. 급하게 나온 아이디어는 날카롭지 않다. 밤은 다르다. 혼자다. 침대에 앉아 있다. 아무도 안 본다. 실패해도 된다. 이상한 조합 해봐도 된다. 시간 제약 없다. 2시간 걸려도 된다. 내일 아침에 정리하면 된다. 그리고 뇌가 풀렸다. 8시간 일하면서 이미 생각 많이 했다. 낮에 본 레퍼런스들이 무의식에 쌓였다. 밤에 혼자 영상 보면서 연결된다. "아, 낮에 본 그거랑 이거랑..." 조합이다. 새로운 게 아니다. 낮에 본 것들의 새로운 조합. 밤에는 판단도 느슨하다. "이거 될까?" 덜 따진다. 일단 적는다. 내일 아침에 다시 보면 된다. 근데 신기한 게. 밤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침에 봐도 괜찮다. 오히려 더 좋을 때 많다. 11시 회의의 최고 아이디어들 지난 3개월 돌아봤다. 조회수 100만 넘긴 콘텐츠 5개. 다 밤에 나온 아이디어다. 하나는 밤 10시 슬랙 대화에서. PD랑 나랑 영상 링크 주고받다가. "이거 우리 제품으로 패러디하면?" "오 대박. 내일 찍자." 다음 날 오전 촬영. 오후 편집. 저녁 업로드. 다음 날 아침에 터졌다. 또 하나는 금요일 밤 11시. 혼자 침대에서 틱톡 보다가. 댓글 창 봤다. "이거 ○○○ 버전도 보고 싶다." 바로 노션 켰다. 구조 짰다. 월요일 아침에 팀 공유. 화요일 촬영. 수요일 업로드. 대박. 제일 기억나는 건 새벽 1시 아이디어. 잠 안 와서 유튜브 쇼츠 보고 있었다. 알고리즘이 이상한 영상 추천했다. "이게 왜 떴지?" 봤다. 별로였다. 근데 댓글 보니까 반응 좋다. "아, 이게 웃긴 거구나." 우리 시각이랑 대중 시각이 다르다. 이걸 깨달았다. 다음 날 회의에서 말했다. "우리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거 말고, 대중이 웃긴다고 하는 거 해봐요." 논리적으로는 이상했다. 근데 해봤다. 터졌다. 일과 취미의 경계 요즘 헷갈린다. 퇴근했다. 집 왔다. 침대에 누웠다. 틱톡 켰다. 30분 봤다. 이게 일인가? 취미인가? 재밌다. 근데 레퍼런스도 찾고 있다. 트렌드도 모니터링한다. 웃으면서 스크린샷도 찍는다. 친구는 퇴근하면 드라마 본다. 완전히 끈다. 업무 생각 안 한다. 나는 못 끈다. 영상 보면 자동으로 분석한다. "이 영상 후킹 좋네." "이 편집 컷 배울 만하다." "이 음악 요즘 뜨나 봐." 꺼지지가 않는다. 뇌가. 스트레스일까? 아닐 때도 많다. 재밌다. 진짜로. 새로운 밈 발견하면 신난다. 알고리즘 패턴 파악되면 쾌감 있다. 근데 가끔 지친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싶다. 주말에 카페 갔다. 노트북 켰다. 콘텐츠 아이디어 정리했다. 옆 테이블 사람이 물었다. "주말에도 일하세요?" 대답 못 했다. 일인가? 근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하고 싶어서 한다. "취미 같은 일이에요." 이렇게 답했다. 애매했다. 밤샘의 대가 월요일 아침. 9시 30분. 어제 밤 11시에 나온 아이디어 발표했다. "오, 이거 좋은데요?" "바로 진행해볼까요?" 팀원들 반응 좋았다. 뿌듯했다. 근데 졸렸다. 어젯밤 2시에 잤다. 아이디어 정리하느라. 오전 회의 3개. 점심 먹고. 오후에 촬영 모니터링. 4시쯤 됐다. 졸음 쏟아졌다. 커피 세 번째 마셨다. "야근 아니지만 야근 같은 삶." 동료 PD가 말했다. 맞다. 정규 시간에는 회의, 촬영, 편집 관리. 실제 기획은 밤에. 밤에 영감 받으면 정리해야 한다. 아침에 까먹는다. 그래서 또 잔다. 다음 날 피곤하다. 오전에 회의하면서 졸다. 점심 먹고 나면 더 졸다. 저녁 되면 깬다. 집 가서 또 영상 본다. 밤 11시쯤 또 아이디어 나온다. 반복이다. 지속 가능한가? 모르겠다. 선배는 5년 차에 번아웃 왔다. 3개월 쉬었다. 돌아와서 말했다. "SNS 3개월 안 봤더니 세상 평화롭더라. 근데 트렌드 다 놓쳤어." 웃겼는데 웃기지 않았다. 알고리즘의 시간표 알고리즘은 밤낮 없다. 새벽 2시에 업로드한 영상이 오전 8시에 터진다. 오후 3시에 올린 게 밤 11시에 뜬다. 패턴 없다. 예측 불가다. 그래서 항상 대기다. 영상 올렸다. 1시간 지켰다. 초반 반응 체크. "댓글 달리는 속도가..." "조회수 그래프가..." 분석한다. 밤 11시든 새벽 2시든. 알림 끄면 안 된다. 댓글 달리면 바로 답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좋아한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9시에 영상 올렸다. 10시에 터지기 시작했다. 댓글 초당 5개. 자려고 했다. 근데 못 잤다. 댓글 답했다. 새벽 1시까지. 다음 날 100만 뷰. 성공이다. 근데 토요일 오전을 날렸다. 침대에서 죽었다. 이게 맞나? 싶다가도. 조회수 보면 보람 있다. 창의성의 시간대 창의성은 9 to 6가 아니다. 낮 12시에 "지금부터 창의적으로 생각하세요" 안 된다. 샤워하다가 나온다. 지하철에서 나온다. 침대에 누워서 나온다. 콘텐츠 기획은 더하다. 트렌드는 실시간이다. 오전 10시에 터진 밈이 오후 3시에 식는다. 회의 잡아서 논의하면 늦다. 보자마자 기획해야 한다. 그게 밤 11시면 밤 11시. 경쟁사도 본다. 같은 걸. 동시에. 누가 빨리 우리 버전 만드나. 속도 싸움이다. 그래서 밤에 슬랙 켠다. 팀장도 안다. PD도 안다. 다들 켠다. "지금 이거 봤어?" "응, 봤어. 우리 거 내일 찍을까?" "각본 간단하게 짜볼게." 11시 30분 대화. 다음 날 오전 촬영. 오후 업로드. 이기는 방법이다. 피곤하지만. 다음 아이디어는 언제 지금 10시 48분. 침대에 앉았다. 틱톡 켰다. 오늘 올린 콘텐츠 반응 좋다. 50만 뷰 넘었다. 댓글도 많다. 뿌듯하다. 2초. 다음 아이디어 생각한다. 내일 회의 있다. 뭐 가져갈까. 레퍼런스 폴더 열었다. 어제 저장한 것들. 하나씩 본다. "이건 아닌데." "이것도 애매." 계속 스크롤한다. 11시 넘었다. "아, 이거다." 영상 하나 눈에 들어왔다. 조회수 많지 않다. 근데 구조가 좋다. "이거 우리 식으로..." 노션 켰다. 적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다. 밤 11시 기획 타임. 내일 아침에 팀한테 공유한다. 반응 좋을 것 같다. 이 감은 틀린 적 없다. 근데 지금은 자야 한다. 내일 9시 30분 회의다. 5분만 더. 구조만 잡고. 11시 37분.밤에 나온 아이디어가 다음 날 조회수 100만을 만든다. 그래서 못 끊는다.

어제 터진 밈이 오늘 왜 안 터졌을까

어제 터진 밈이 오늘 왜 안 터졌을까

어제 터진 밈이 오늘 왜 죽는가 금요일 오후 3시. 우리 회사 콘텐츠가 떴다. 조회수 280만. 댓글 1.2만. 저장 5천. 이 정도면 대박이다. 팀원들이랑 환호했다. "이거 시리즈로 가자", "이거 다음 주에도 비슷하게", "유사 콘셉트 3개 더 만들자." 다들 흥분했다. 월요일 오전 10시. 회의실. 나는 금요일 성공한 그 콘셉트의 변형안 3개를 들고 들어갔다. 자신감 가득했다. "이 톤으로 다음 시리즈 가면 어때요?" 했다. 디렉터가 물었다. "이거 이미 식었어요. 토요일부터 유사 콘텐츠 20개 이상 올라왔거든요." 그제서야 봤다. 내가 놓친 48시간 동안 뭐가 일어났는지.트렌드의 수명은 이제 24시간이다 2019년부터 시작한 콘텐츠 기획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땐 한 달 가던 밈이 지금은 3일이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진짜다. 내가 지금 일하면서 느낀 거다. 금요일 성공 = 토요일 카피 러시 시작 = 일요일 포화 상태 = 월요일 죽음. 이게 패턴이다. 왜? 첫째, 크리에이터가 너무 많다. 유튜브 쇼츠 시작하고 틱톡 성장하면서 콘텐츠 제작자만 해도 몇백만 명이다. 누군가 터뜨리면 5분 안에 이미지로 캡처, 10분 안에 유사 콘셉트 기획, 30분 안에 첫 번째 카피본 올라온다. 진짜다. 둘째, 알고리즘이 다양성을 원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같은 종류 콘텐츠가 반복되면 자동으로 가중치를 내린다. 한 번 떴던 콘셉트면 더 떨어뜨린다. 같은 걸 또 띄워주면 사용자가 싫어하니까. 플랫폼 입장에선 자연스럽다. 셋째, 팔로워들의 취향이 빨리 식는다. 어제는 웃겼는데 오늘은 당연하고 모레는 식상하다. 이게 정상이다. 내가 주말에 본 통계는 이거다. 유튜브 쇼츠의 평균 콘텐츠 수명은 72시간. 그 중 절정은 24~48시간 사이. 48시간이 지나면 조회수 신규 유입이 50% 이상 떨어진다. 틱톡은 더 짧다. 평균 36시간.금요일 성공이 월요일 죽음이 되는 그 시간들 토요일 아침. 나는 출근하지 않는다. 근데 SNS는 본다. 습관이다. 어제 콘텐츠 반응 체크. 약간 내려갔는데 아직 괜찮다. 240만. 그런데 유사 콘텐츠가 보인다. 다른 계정에서 거의 똑같은 거. 이미 3개. 토요일 오후. 봤더니 8개다. 내가 알고 있던 크리에이터들이다. 우리 팀 후배 같은 에이전시 친구도 있다. 모두 같은 톤. 다만 약간 변형해서. 일요일 아침. 20개가 넘었다. 유명한 계정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끝이다. 유명한 계정이 하면 그다음부터 수천 개다. 내 반응이 뭐냐면. 한숨 나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가 먼저 했는데 왜 남들 것만 보이지?" 통계는 이렇다. 첫 번째 유사 콘텐츠가 올라오면 24시간 이내에 100개. 유명한 계정이 하면 그 이후 72시간 내에 5000개. 내 콘텐츠는? 가장 먼저 떴지만 지금 조회수는 180만. 내려간 거다. 왜냐면 알고리즘이 똑같은 종류를 덜 띄워주니까.왜 우리 콘텐츠는 그대로인데 알고리즘은 밀어주지 않을까 이게 내가 한 달에 열 번은 생각하는 거다. 우리가 먼저 했다. 조회수도 제일 높다. 댓글도 많다. 근데 왜 5일 뒤엔 다른 계정이 만든 따라 하는 건 조회수가 더 많을까. 디렉터한테 물었다. "알고리즘이 뭘 선호하는지 봤어요?"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알고리즘은 신선함을 본다. 우리가 터뜨린 콘셉트는 이미 '본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본 것이다. 근데 같은 콘셉트를 새로운 계정이 하면? 그건 '새로운 거'처럼 보인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하품하는 영상'이 터졌다. (가상의 예) 1번 계정이 한다. 300만 조회. 그 다음날 2번 계정이 똑같이 한다. 200만 조회. 그 다음날 3번 계정이 또 한다. 180만 조회. 근데 만약 3번 계정이 "고양이가 하품하는데 댕댕이가 기겁하는" 식으로 조금 다르게 한다? 160만이 아니라 250만이 나올 수 있다. 왜냐면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게 알고리즘상 신선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본이다. 근데 원본은 이미 식은 거고, 변형본이 신선해 보인다. 이게 밈 생태계의 구조다. 그래서 지금 트렌드 기획자들이 뭘 하냐면. "원본을 만들되, 3일 안에 변형본을 내보낸다." 이게 전략이 됐다. 너무 빨리 변형하면 더 오래 간다. 왜냐면 "신선함"이 자꾸 생기니까. 근데 이것도 한계가 있다. 언제까진 변형할 수 있는 콘셉트도 한정이니까. [IMAGE_4] 토요일부터 일요일 밤 사이에 뭐가 일어나는가 우리 팀은 지금 이걸 추적하고 있다. 어떤 콘텐츠가 터졌을 때 정확히 언제 카피가 시작되는지. 지금까지 데이터:금요일 오후 3시 터짐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첫 카피 10개 토요일 오후 4시 카피 100개 돌파 일요일 자정 카피 1000개 돌파 월요일 오전 이미 식음이 사이에 뭐가 일어나는가. 첫 번째. 크리에이터들의 '스크린샷 놈'이 작동한다. 터진 콘텐츠 보자마자 캡처. 레퍼런스 폴더에 저장. 이미 10분. 두 번째. 30분 내에 '이거 할 수 있겠는데' 결정. 촬영 일정 조율. 세 번째. 2~3시간 내에 촬영. 편집. 올림. 네 번째. 나머지 크리에이터들이 본다. "어 이거 됐어? 그럼 나도." 다섯 번째. 카피 급증. 여섯 번째. 에이전시, 유명한 유튜버 같은 큰 계정이 본다. "우리도 할까?" 올림. 일곱 번째. 플랫폼 알고리즘이 감지. "이거 많네?" 근데 중복이 많으니까 가중치 낮춤. 여덟 번째. 더 이상 신규 콘텐츠를 띄워주지 않음. 같은 종류 콘텐츠 간에 우위가 정해짐. (보통 가장 먼저 한 거 또는 가장 잘 만든 거) 아홉 번째. 월요일 오전. 더 이상 떡상 가능성 없음. '식었다' 선언. 이 전체 과정이 48~72시간이다. 결론은 이거다. 금요일에 당신이 터뜨린 콘텐츠는 금요일 안에만 '신선함'을 유지한다. 토요일부터는 이미 '레퍼런스'가 된다. 토요일 밤이면 '식은 밈'이 된다. 일요일이면 '따라 하는 게 더 많은 콘셉트'가 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뭐냐면.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후속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 월요일 회의 전에 이미 다른 콘셉트를 준비하는 것. 근데 사람은 주말에 쉬어야 한다. 이게 지금 우리 일의 딜레마다. [IMAGE_5] 그럼 애초에 어떻게 대비할 건가 우리 회사는 지금 두 가지를 한다. 첫 번째 전략: '시리즈화' 한 번 터뜨린 콘셉트를 바로 35개 변형안을 준비해서 주 23회 분산 업로드. 이렇게 하면 처음 콘텐츠는 금요일, 두 번째는 수요일, 세 번째는 월요일 이런 식으로 엇갈린다. 그럼 우리 채널에서는 계속 신선해 보인다. 단점: 너무 많은 콘텐츠 필요. 리소스 부담. 두 번째 전략: '선제 공격' 터질 거 같은 트렌드를 남들보다 먼저 감지해서 그 트렌드가 절정에 다다르기 전에 올린다. 그럼 우리가 원본이 되고, 나머지는 카피가 된다. 근데 이건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이거 터질 거 같은데" 안 터질 수도 있다. 그럼 조회수 낮은 콘텐츠가 된다. 세 번째 전략: '틈새 공략' 대세 트렌드 말고 소수 커뮤니티의 트렌드를 먼저 잡는다. 주류가 아닌 틈새. 그럼 경쟁이 적다. 대신 리치(reach)도 적을 수 있다. 우리 팀이 지금 하는 건 이 세 개를 섞는 거다. 근데 결국 이 모든 것도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가"에 봉착한다. 매달 3~4개의 새로운 대형 트렌드가 생긴다. 우리는 그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 빠뜨리면 "왜 우리만 못 했어?" 라고 받는다. 지쳐 보이면 "열정 없네" 라고 받는다. [IMAGE_6] 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받은 그 피드백 "이미 식었어요." 네 단어다. 근데 이 네 단어에 담긴 게 많다. 한 주일 반 전에 터뜨린 콘셉트. 나는 분명히 금요일에 280만 조회를 본 것 같은 느낌으로 들어갔다. 성공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거 먼저 했고, 반응 좋았으니까 변형해서 다시 해도 되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 근데 토요일부터 일요일 밤 사이에 뭐가 일어났는지 난 못 봤다. 아니, 보려고 했는데 토요일은 카페 가고, 일요일은 빨래하고, 틱톡은 30분 본 것 같은데 그때 이미 카피가 200개 이상 있었을 거다. 그게 뭐냐면.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다른 사람들은 일을 한다"는 거다. 나는 쉬는데, 크리에이터 수백 명은 일하고 있다. 나는 주말 지나고 월요일에 회의하는데, 이미 업계 전체는 한 주기를 돌았다. 이게 콘텐츠 기획의 현실이다. 지금 우리 회사 보상 시스템:기본급 4200만원 성과급 (월 200~500만원 변동) 야근 수당 따로 없음 (스타트업이라서)근데 진짜 야근은 토요일 일요일이다. 알고리즘 때문에. 내가 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쉬는 동안에도 시장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트렌드 담당자들이 한다는 게. 주말에 한 시간씩이라도 SNS를 보자. 아니면 월요일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주말 동안 뭐가 일어났는지 체크하자. 이건 "일의 경계"를 없애는 거다. [IMAGE_7] 그래도 다음 주는 뭘 할 건가 회의가 끝났다. 정리된 건 이거다:금요일 콘셉트는 포기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접근 근데 그 각도도 이미 1~2팀이 하고 있을 거 같음 그래도 먼저 해보자퇴근 후에 뭐 했냐면. 집에 와서 지난주 우리 콘텐츠의 상세 분석을 다시 했다. 댓글까지 읽었다. "이 댓글 반응이 좋네. 다음엔 이 방향?" "아, 이 부분에서 사람들이 떨어져나갔네." "자막 개수? 이 정도가 맞네." 데이터 수집. 이게 월요일 회의에는 없던 정보다. 한두 시간 후에 새로운 아이디어 3개가 나왔다. 내일 제출할 거다. "먼저 하는 게 이기는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토요일에 카피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금요일 밤 내가 준비를 안 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준비하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이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이미 식었어요" 라는 말은 안 들을 것 같다. [IMAGE_8]어제 터진 게 오늘 죽는 게 아니라, 어제 준비 못 한 게 오늘 죽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