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터진 밈이 오늘 왜 안 터졌을까
- 02 Dec, 2025
어제 터진 밈이 오늘 왜 죽는가
금요일 오후 3시. 우리 회사 콘텐츠가 떴다. 조회수 280만. 댓글 1.2만. 저장 5천. 이 정도면 대박이다. 팀원들이랑 환호했다. “이거 시리즈로 가자”, “이거 다음 주에도 비슷하게”, “유사 콘셉트 3개 더 만들자.” 다들 흥분했다.
월요일 오전 10시. 회의실. 나는 금요일 성공한 그 콘셉트의 변형안 3개를 들고 들어갔다. 자신감 가득했다. “이 톤으로 다음 시리즈 가면 어때요?” 했다.
디렉터가 물었다. “이거 이미 식었어요. 토요일부터 유사 콘텐츠 20개 이상 올라왔거든요.”
그제서야 봤다. 내가 놓친 48시간 동안 뭐가 일어났는지.

트렌드의 수명은 이제 24시간이다
2019년부터 시작한 콘텐츠 기획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땐 한 달 가던 밈이 지금은 3일이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진짜다.
내가 지금 일하면서 느낀 거다.
금요일 성공 = 토요일 카피 러시 시작 = 일요일 포화 상태 = 월요일 죽음. 이게 패턴이다.
왜?
첫째, 크리에이터가 너무 많다. 유튜브 쇼츠 시작하고 틱톡 성장하면서 콘텐츠 제작자만 해도 몇백만 명이다. 누군가 터뜨리면 5분 안에 이미지로 캡처, 10분 안에 유사 콘셉트 기획, 30분 안에 첫 번째 카피본 올라온다. 진짜다.
둘째, 알고리즘이 다양성을 원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같은 종류 콘텐츠가 반복되면 자동으로 가중치를 내린다. 한 번 떴던 콘셉트면 더 떨어뜨린다. 같은 걸 또 띄워주면 사용자가 싫어하니까. 플랫폼 입장에선 자연스럽다.
셋째, 팔로워들의 취향이 빨리 식는다. 어제는 웃겼는데 오늘은 당연하고 모레는 식상하다. 이게 정상이다.
내가 주말에 본 통계는 이거다. 유튜브 쇼츠의 평균 콘텐츠 수명은 72시간. 그 중 절정은 24~48시간 사이. 48시간이 지나면 조회수 신규 유입이 50% 이상 떨어진다.
틱톡은 더 짧다. 평균 36시간.

금요일 성공이 월요일 죽음이 되는 그 시간들
토요일 아침.
나는 출근하지 않는다. 근데 SNS는 본다. 습관이다. 어제 콘텐츠 반응 체크. 약간 내려갔는데 아직 괜찮다. 240만.
그런데 유사 콘텐츠가 보인다. 다른 계정에서 거의 똑같은 거. 이미 3개.
토요일 오후. 봤더니 8개다.
내가 알고 있던 크리에이터들이다. 우리 팀 후배 같은 에이전시 친구도 있다. 모두 같은 톤. 다만 약간 변형해서.
일요일 아침.
20개가 넘었다. 유명한 계정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끝이다. 유명한 계정이 하면 그다음부터 수천 개다.
내 반응이 뭐냐면. 한숨 나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가 먼저 했는데 왜 남들 것만 보이지?”
통계는 이렇다.
첫 번째 유사 콘텐츠가 올라오면 24시간 이내에 100개. 유명한 계정이 하면 그 이후 72시간 내에 5000개.
내 콘텐츠는? 가장 먼저 떴지만 지금 조회수는 180만. 내려간 거다. 왜냐면 알고리즘이 똑같은 종류를 덜 띄워주니까.

왜 우리 콘텐츠는 그대로인데 알고리즘은 밀어주지 않을까
이게 내가 한 달에 열 번은 생각하는 거다.
우리가 먼저 했다. 조회수도 제일 높다. 댓글도 많다. 근데 왜 5일 뒤엔 다른 계정이 만든 따라 하는 건 조회수가 더 많을까.
디렉터한테 물었다.
“알고리즘이 뭘 선호하는지 봤어요?”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알고리즘은 신선함을 본다. 우리가 터뜨린 콘셉트는 이미 ‘본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본 것이다. 근데 같은 콘셉트를 새로운 계정이 하면? 그건 ‘새로운 거’처럼 보인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하품하는 영상’이 터졌다. (가상의 예)
1번 계정이 한다. 300만 조회. 그 다음날 2번 계정이 똑같이 한다. 200만 조회. 그 다음날 3번 계정이 또 한다. 180만 조회.
근데 만약 3번 계정이 “고양이가 하품하는데 댕댕이가 기겁하는” 식으로 조금 다르게 한다? 160만이 아니라 250만이 나올 수 있다.
왜냐면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게 알고리즘상 신선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본이다. 근데 원본은 이미 식은 거고, 변형본이 신선해 보인다. 이게 밈 생태계의 구조다.
그래서 지금 트렌드 기획자들이 뭘 하냐면.
“원본을 만들되, 3일 안에 변형본을 내보낸다.”
이게 전략이 됐다. 너무 빨리 변형하면 더 오래 간다. 왜냐면 “신선함”이 자꾸 생기니까.
근데 이것도 한계가 있다. 언제까진 변형할 수 있는 콘셉트도 한정이니까.
[IMAGE_4]
토요일부터 일요일 밤 사이에 뭐가 일어나는가
우리 팀은 지금 이걸 추적하고 있다.
어떤 콘텐츠가 터졌을 때 정확히 언제 카피가 시작되는지.
지금까지 데이터:
- 금요일 오후 3시 터짐
-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첫 카피 10개
- 토요일 오후 4시 카피 100개 돌파
- 일요일 자정 카피 1000개 돌파
- 월요일 오전 이미 식음
이 사이에 뭐가 일어나는가.
첫 번째. 크리에이터들의 ‘스크린샷 놈’이 작동한다. 터진 콘텐츠 보자마자 캡처. 레퍼런스 폴더에 저장. 이미 10분.
두 번째. 30분 내에 ‘이거 할 수 있겠는데’ 결정. 촬영 일정 조율.
세 번째. 2~3시간 내에 촬영. 편집. 올림.
네 번째. 나머지 크리에이터들이 본다. “어 이거 됐어? 그럼 나도.”
다섯 번째. 카피 급증.
여섯 번째. 에이전시, 유명한 유튜버 같은 큰 계정이 본다. “우리도 할까?” 올림.
일곱 번째. 플랫폼 알고리즘이 감지. “이거 많네?” 근데 중복이 많으니까 가중치 낮춤.
여덟 번째. 더 이상 신규 콘텐츠를 띄워주지 않음. 같은 종류 콘텐츠 간에 우위가 정해짐. (보통 가장 먼저 한 거 또는 가장 잘 만든 거)
아홉 번째. 월요일 오전. 더 이상 떡상 가능성 없음. ‘식었다’ 선언.
이 전체 과정이 48~72시간이다.
결론은 이거다.
금요일에 당신이 터뜨린 콘텐츠는 금요일 안에만 ‘신선함’을 유지한다. 토요일부터는 이미 ‘레퍼런스’가 된다. 토요일 밤이면 ‘식은 밈’이 된다. 일요일이면 ‘따라 하는 게 더 많은 콘셉트’가 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뭐냐면.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후속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 월요일 회의 전에 이미 다른 콘셉트를 준비하는 것.
근데 사람은 주말에 쉬어야 한다.
이게 지금 우리 일의 딜레마다.
[IMAGE_5]
그럼 애초에 어떻게 대비할 건가
우리 회사는 지금 두 가지를 한다.
첫 번째 전략: ‘시리즈화’
한 번 터뜨린 콘셉트를 바로 35개 변형안을 준비해서 주 23회 분산 업로드. 이렇게 하면 처음 콘텐츠는 금요일, 두 번째는 수요일, 세 번째는 월요일 이런 식으로 엇갈린다. 그럼 우리 채널에서는 계속 신선해 보인다.
단점: 너무 많은 콘텐츠 필요. 리소스 부담.
두 번째 전략: ‘선제 공격’
터질 거 같은 트렌드를 남들보다 먼저 감지해서 그 트렌드가 절정에 다다르기 전에 올린다. 그럼 우리가 원본이 되고, 나머지는 카피가 된다.
근데 이건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이거 터질 거 같은데” 안 터질 수도 있다. 그럼 조회수 낮은 콘텐츠가 된다.
세 번째 전략: ‘틈새 공략’
대세 트렌드 말고 소수 커뮤니티의 트렌드를 먼저 잡는다. 주류가 아닌 틈새. 그럼 경쟁이 적다. 대신 리치(reach)도 적을 수 있다.
우리 팀이 지금 하는 건 이 세 개를 섞는 거다.
근데 결국 이 모든 것도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가”에 봉착한다.
매달 3~4개의 새로운 대형 트렌드가 생긴다. 우리는 그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 빠뜨리면 “왜 우리만 못 했어?” 라고 받는다. 지쳐 보이면 “열정 없네” 라고 받는다.
[IMAGE_6]
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받은 그 피드백
“이미 식었어요.”
네 단어다. 근데 이 네 단어에 담긴 게 많다.
한 주일 반 전에 터뜨린 콘셉트. 나는 분명히 금요일에 280만 조회를 본 것 같은 느낌으로 들어갔다. 성공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거 먼저 했고, 반응 좋았으니까 변형해서 다시 해도 되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
근데 토요일부터 일요일 밤 사이에 뭐가 일어났는지 난 못 봤다.
아니, 보려고 했는데 토요일은 카페 가고, 일요일은 빨래하고, 틱톡은 30분 본 것 같은데 그때 이미 카피가 200개 이상 있었을 거다.
그게 뭐냐면.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다른 사람들은 일을 한다”는 거다.
나는 쉬는데, 크리에이터 수백 명은 일하고 있다. 나는 주말 지나고 월요일에 회의하는데, 이미 업계 전체는 한 주기를 돌았다.
이게 콘텐츠 기획의 현실이다.
지금 우리 회사 보상 시스템:
- 기본급 4200만원
- 성과급 (월 200~500만원 변동)
- 야근 수당 따로 없음 (스타트업이라서)
근데 진짜 야근은 토요일 일요일이다. 알고리즘 때문에.
내가 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쉬는 동안에도 시장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트렌드 담당자들이 한다는 게. 주말에 한 시간씩이라도 SNS를 보자. 아니면 월요일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주말 동안 뭐가 일어났는지 체크하자.
이건 “일의 경계”를 없애는 거다.
[IMAGE_7]
그래도 다음 주는 뭘 할 건가
회의가 끝났다.
정리된 건 이거다:
- 금요일 콘셉트는 포기
-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접근
- 근데 그 각도도 이미 1~2팀이 하고 있을 거 같음
- 그래도 먼저 해보자
퇴근 후에 뭐 했냐면.
집에 와서 지난주 우리 콘텐츠의 상세 분석을 다시 했다. 댓글까지 읽었다.
“이 댓글 반응이 좋네. 다음엔 이 방향?” “아, 이 부분에서 사람들이 떨어져나갔네.” “자막 개수? 이 정도가 맞네.”
데이터 수집. 이게 월요일 회의에는 없던 정보다.
한두 시간 후에 새로운 아이디어 3개가 나왔다.
내일 제출할 거다.
“먼저 하는 게 이기는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토요일에 카피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금요일 밤 내가 준비를 안 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준비하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이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이미 식었어요” 라는 말은 안 들을 것 같다.
[IMAGE_8]
어제 터진 게 오늘 죽는 게 아니라, 어제 준비 못 한 게 오늘 죽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