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섭외했는데 노쇼했을 때의 멘붕

크리에이터 섭외했는데 노쇼했을 때의 멘붕

수요일 오전 10시, 크리에이터가 안 온다 수요일이었다. 촬영 당일. 오전 10시. 스튜디오 대관비 30만원 결제 완료. 촬영 장비 세팅 끝. 조명 체크 완료. 크리에이터만 없다. 전화했다. 안 받는다. 카톡 보냈다. 1도 안 읽는다. 인스타 DM. 읽씹. 10시 30분. 팀장이 물었다. "크리에이터 어디 있어요?" "...연락이 안 돼요." 스튜디오 사장님이 말했다. "12시까지 촬영 안 하면 환불 안 됩니다." 멘탈이 무너졌다.어떻게 이런 일이 3주 전에 섭외했다. 인스타 팔로워 8만. 반응 좋은 크리에이터. 이전에 다른 브랜드 콜라보 2번. 문제없었다고. 계약서 썼다. 촬영 일정 확정했다. 리마인드 문자 2번 보냈다. 전날 저녁에도 "내일 봐요!" 답장 받았다. 근데 안 온다. 팀원이 말했다. "혹시 사고 난 거 아니에요?" 그럴 리 없다. 인스타 스토리 10분 전에 올렸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진. 아. 진짜 그냥 안 온 거다. 30분 안에 해야 했던 것들 11시. 한 시간 남았다. 첫 번째. 팀장 설득. "대체 크리에이터 찾아볼게요." "1시간 안에요?" "...네." 두 번째. 대체 크리에이터 연락. 평소 알던 프리랜서 5명한테 문자 돌렸다. "오늘 11시 30분 촬영 가능하세요? 30분만 나와주시면 됩니다." 3명 안 읽음. 1명 "오늘 스케줄 있어요 ㅠㅠ" 1명 "어디에요? 지금 강남인데" 강남. 스튜디오는 상수동. "30분이면 올 수 있어요?" "한 시간 걸려요." 안 된다.세 번째. 스튜디오 사장님. "시간 30분만 더 주실 수 있나요?" "다음 팀이 12시 30분에 와요." "촬영 시간 줄일게요. 12시 20분까지만요." "...그래요. 근데 추가 비용 나갑니다." 10만원 더. 어쩔 수 없다. 네 번째. 대표님 보고. "크리에이터 노쇼했습니다." "뭐?" "대체 섭외 중입니다." "계약서는요?" "...있습니다." "그럼 위약금 받아야죠." 위약금. 50만원. 근데 받을 수 있을까. 11시 40분의 기적 강남에 있던 크리에이터가 왔다. 택시 타고. 40분 만에. "미안해요. 택시비 제가 낼게요." "아니에요. 저희가 드릴게요." 2만 5천원. 기꺼이 드렸다. 촬영 시작. 12시 5분. 원래 1시간 촬영인데 15분 만에 끝냈다. 컷 수 줄였다. 구도 단순하게. 대사 최소화. 12시 20분. 촬영 종료. 편집으로 때울 수 있는 정도. 팀원이 말했다. "다행이다." 다행이 아니다. 스트레스로 죽는 줄 알았다.노쇼 크리에이터한테 무슨 일이 저녁 7시. 카톡이 왔다. "죄송해요 ㅠㅠ 급한 일이 생겨서요." 급한 일. 인스타에는 카페 사진. "무슨 일이세요?" 답 없음. 다음 날. 인스타 스토리. 다른 브랜드 촬영 올렸다. 같은 날. 아. 더블 부킹이었구나. 우리 촬영비보다 그쪽이 더 높았던 거다. 계약서 꺼냈다. 위약금 조항 확인. "촬영 당일 불참 시 계약금의 2배 배상" 계약금 50만원. 위약금 100만원. 메일 보냈다. 내용증명. 답장 왔다. "합의하고 싶어요." 통화했다. 30분 동안. 결국 50만원 받았다. 100만원 받으려면 소송. 소송 비용 생각하면 50만원이 낫다. 돈 문제가 아니다. 신뢰 문제다. 그 크리에이터는 블랙리스트 등록했다. 업계 지인들한테도 공유했다. 이후 바뀐 것들 첫 번째. 계약서 강화. 위약금 조항 더 명확하게. "촬영 48시간 전 취소 시 계약금 100% 위약금" "촬영 당일 불참 시 계약금의 3배 배상" 두 번째. 백업 크리에이터. 이제 섭외할 때 항상 2명. 메인 1명, 백업 1명. 백업한테도 비용 준다. 대기 비용 10만원. 안 오는 것보다 싸다. 세 번째. 리마인드 시스템. 촬영 3일 전: 일정 확인 문자 촬영 1일 전: 통화로 재확인 촬영 당일 오전: "지금 출발하셨나요?" 문자 네 번째. 크리에이터 평판 관리. 엑셀 파일 만들었다. 이름, 연락처, 작업 이력, 신뢰도 점수. 노쇼한 사람은 영구 기록. 신뢰도 높은 크리에이터 구별법 6개월 동안 30명 넘게 작업했다. 패턴이 보인다. 신뢰도 높은 크리에이터:첫 연락에 24시간 안에 답장 계약서 꼼꼼히 읽고 질문함 촬영 전날 먼저 연락 옴 촬영 당일 10분 일찍 도착 작업 후 피드백 요청함신뢰도 낮은 크리에이터:연락 늦음. 읽씹 많음 계약서 안 읽음. "네네" 만 함 촬영 당일까지 연락 없음 시간 딱 맞춰 오거나 늦음 촬영 끝나면 바로 끊김근데 팔로워 수랑은 상관없다. 팔로워 2만인데 신뢰도 높은 사람 있고 팔로워 10만인데 노쇼하는 사람 있다. 중요한 건 프로 의식. 이게 일인지 취미인지 구분 못 하는 사람 많다. 요즘 크리에이터 시장 솔직히 말하면 공급 과잉이다. 크리에이터 되고 싶은 사람 너무 많음. 근데 프로는 적다. 시간 지키고, 계약 지키고, 결과물 책임지는 사람. 요즘 애들은 '인플루언서' 타이틀에 취해 있다. 협찬 받는 건 좋아하는데 의무는 싫어함.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하면서 수정 요청 거부. 계약서에 수정 2회 가능하다고 써놨는데. 그래서 요즘은 신인보다 경력자 선호. 비용 2배 들어도 신뢰도 높은 사람이 낫다. 노쇼로 촬영 날리는 것보다 싸다. 크리에이터들도 알아야 한다. 한 번 신뢰 잃으면 끝이라는 거. 업계 좁다. 소문 빠르다. 노쇼 한 번 하면 다른 기획사도 안 쓴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왔다.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봤다. 백업 크리에이터한테 문자 왔다. "오늘 급하게 불러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음에도 연락 주세요." 이런 사람이 프로다. 노쇼한 크리에이터 인스타 들어갔다. 팔로워 8만 3천.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근데 우리랑은 다시 일 못 한다. 맥주 한 캔 땄다. 오늘 하루 돌아봤다. 스튜디오비 40만원. 백업 크리에이터 출연료 30만원. 택시비 2만 5천원. 위약금 받은 거 50만원. 손해는 22만 5천원. 근데 배운 건 많다. 백업의 중요성. 계약서의 중요성. 신뢰도의 중요성. 22만 5천원으로 산 교훈이다. 비싸지만 필요했다.다음 촬영은 다음 주 화요일. 백업 크리에이터 2명 섭외 완료.

조회수 3만인데 왜 기분이 이렇게 안 좋을까

조회수 3만인데 왜 기분이 이렇게 안 좋을까

3만 vs 3만 오늘 올린 영상. 조회수 3만 찍었다. 객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평균치다. 근데 기분이 이상하게 안 좋다. 지난주에도 3만 나왔다. 그때는 기뻤는데. 왜 같은 숫자인데 감정이 다를까. 답은 간단하다. 지난주 목표는 2만이었고, 오늘 목표는 5만이었다.숫자가 기준이 되는 순간 처음엔 조회수 1천만 넘어도 신났다. '와, 천 명이 봤어!' 그게 5천, 1만, 3만이 됐다. 문제는 이 숫자가 내 감정의 기준점이 된다는 거다. 3만이 평균이 되면, 3만은 '그냥'이 된다. 5만 나오면 성공, 2만 나오면 실패. 콘텐츠의 질은 같은데. 반응만 다를 뿐인데. 나는 숫자를 보고 내 하루를 평가한다. '오늘 일 잘했네' 혹은 '오늘 망했네'. 이게 4년차 콘텐츠 기획자의 직업병이다.기대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계속 올라간다. 한 번 5만 찍으면, 다음엔 5만이 최소치가 된다. 한 번 10만 나오면, 그게 새로운 기준선이다. 이번 달 목표 달성했다. 팀장이 칭찬했다. 근데 다음 달 목표는 20% 더 높아졌다. 성공의 기준이 계속 움직인다. 도달하면, 또 멀어진다. 오늘 3만이 안 좋은 이유. 지난주에 4만 찍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 새로운 평균이 됐다. 숫자에 중독되는 게 아니라. 상승하는 기대치에 중독된 거다. 맥락을 잃어버림 3만 조회수. 그 뒤에 뭐가 있는지 안 본다. 어떤 3만은 댓글 200개에 공유 50번이다. 어떤 3만은 댓글 10개에 이탈률 80%다. 전자는 성공이고, 후자는 그냥 숫자다. 근데 대시보드 열면 둘 다 '30,000'이다. 나는 첫 번째 숫자만 본다. 맥락은 나중에 보려고 한다. 그리고 맥락 보기 전에 이미 기분이 정해진다. 오늘 영상은 댓글 반응이 좋았다. '이거 진짜 공감된다'는 댓글 여러 개. 근데 나는 이미 3만이라는 숫자에 실망했다. 숫자가 맥락을 잡아먹는다.비교의 지옥 우리 팀 막내가 올린 영상. 조회수 8만. 축하한다고 말했다. 속으론 질투했다. 내가 기획한 건데 왜 저 애가 올린 게 더 잘 됐지? 알고리즘 타이밍 문제일 뿐인데. 머리로는 알아. 가슴은 모른다. 다른 팀 콘텐츠. 15만. 우리 팀 콘텐츠. 3만. 회의 시간에 팀장이 물어본다. "왜 차이가 날까요?" 나도 모른다. 근데 대답은 해야 한다. "후킹이 약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엔 더 트렌디하게 가겠습니다." 이게 정답인지 모른다. 그냥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이다. 3만이 나쁜 게 아니다. 15만이 있어서 나쁜 거다. 내가 만든 감옥 숫자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했다. 명확한 성과 지표라고.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근데 숫자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다. 같은 3만인데. 내 기분에 따라 성공이 되고 실패가 된다. 어제의 목표. 지난주의 성과. 다른 팀의 수치. 내 기대치. 이 모든 게 숫자를 해석하는 렌즈다. 객관적인 건 숫자뿐이다. 해석은 전부 내가 만든 거다. 오늘 3만이 기분 나쁜 이유. 숫자가 낮아서가 아니다. 내가 만든 기준을 못 넘어서다. 중독의 정체 이게 중독이다. 숫자가 올라가면 도파민. 숫자가 안 오르면 불안. 매일 아침 대시보드 연다. 자기 전에도 확인한다. 주말에도 본다. 조회수가 내 자존감이 됐다. 콘텐츠가 안 되면 내가 안 되는 것 같다. 3만이 나를 부정한다. 이성적으로는 안다. 조회수는 알고리즘이다. 타이밍이다. 운이다. 감정적으로는 모른다. 3만은 내 능력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10만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증거. 숫자에 중독된 게 아니다. 숫자로 나를 증명하려는 것에 중독됐다. 어제의 나를 이기려는 게임 매일 어제의 나와 싸운다. 어제 3만 나왔으니까. 오늘은 3만 1천을 원한다. 정체는 후퇴처럼 느껴진다. 같은 자리는 안주처럼 보인다. 성장 곡선은 항상 우상향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불가능한 기대다. 현실은 지그재그다. 오르락내리락한다. 근데 나는 그걸 못 견딘다. 하락은 실패다. 정체는 게으름이다. 오늘 3만이 나쁜 이유. 어제의 나를 못 이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문제는 이거다. 숫자가 목적이 된다. 처음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재밌어하는 거. 조회수는 그 결과였다. 이제는 반대다. 조회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 공감은 조회수를 위한 수단이다. '이게 사람들한테 도움 될까?'가 아니라. '이게 알고리즘 탈까?'를 먼저 생각한다. 기획안 쓸 때도 그렇다. '이 메시지 전하고 싶어'가 아니라. '이 소재 지금 뜨고 있어'가 먼저다. 오늘 3만이 허무한 진짜 이유. 내가 왜 이걸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서다. 되돌릴 수 있을까 한 달 전에 시도했다. 조회수 안 보기. 일주일 버텼다. 근데 회의에서 물어본다. "지난주 콘텐츠 성과 어땠어요?" 모른다고 할 수 없다. 숫자를 안 보는 게 답은 아니다. 숫자를 다르게 보는 게 답인 것 같다. 3만을 봤을 때. '실패했네'가 아니라. '3만 명이 봤네'로 생각해보기. 3만 명이다. 작은 강의실 100개를 꽉 채운 숫자다. 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고 생각하면 떨린다. 근데 화면으로 보면 그냥 '3만'이다. 숫자가 사람을 지운다. 오늘의 결론 같은 거 퇴근하고 핸드폰 뒤집어놨다. 조회수 안 봤다. 대신 맥주 마셨다. 내일 아침에 볼 거다. 그때도 3만일 거다. 5만이 됐을 리 없다. 근데 오늘 밤만큼은. 3만이 3만인 채로 있게 하고 싶다. 실패도 성공도 아닌. 그냥 3만. 내일은 또 숫자에 휘둘릴 거다. 알고 있다. 4년차가 하루아침에 안 바뀐다. 그래도 오늘은. 3만 명이 내 콘텐츠를 봤다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보기. 거짓말 같지만. 한 번쯤은 믿어보기.3만은 3만이다. 내가 의미를 붙일 뿐이다.

어제 터진 밈이 오늘 왜 안 터졌을까

어제 터진 밈이 오늘 왜 안 터졌을까

어제 터진 밈이 오늘 왜 죽는가 금요일 오후 3시. 우리 회사 콘텐츠가 떴다. 조회수 280만. 댓글 1.2만. 저장 5천. 이 정도면 대박이다. 팀원들이랑 환호했다. "이거 시리즈로 가자", "이거 다음 주에도 비슷하게", "유사 콘셉트 3개 더 만들자." 다들 흥분했다. 월요일 오전 10시. 회의실. 나는 금요일 성공한 그 콘셉트의 변형안 3개를 들고 들어갔다. 자신감 가득했다. "이 톤으로 다음 시리즈 가면 어때요?" 했다. 디렉터가 물었다. "이거 이미 식었어요. 토요일부터 유사 콘텐츠 20개 이상 올라왔거든요." 그제서야 봤다. 내가 놓친 48시간 동안 뭐가 일어났는지.트렌드의 수명은 이제 24시간이다 2019년부터 시작한 콘텐츠 기획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땐 한 달 가던 밈이 지금은 3일이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진짜다. 내가 지금 일하면서 느낀 거다. 금요일 성공 = 토요일 카피 러시 시작 = 일요일 포화 상태 = 월요일 죽음. 이게 패턴이다. 왜? 첫째, 크리에이터가 너무 많다. 유튜브 쇼츠 시작하고 틱톡 성장하면서 콘텐츠 제작자만 해도 몇백만 명이다. 누군가 터뜨리면 5분 안에 이미지로 캡처, 10분 안에 유사 콘셉트 기획, 30분 안에 첫 번째 카피본 올라온다. 진짜다. 둘째, 알고리즘이 다양성을 원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같은 종류 콘텐츠가 반복되면 자동으로 가중치를 내린다. 한 번 떴던 콘셉트면 더 떨어뜨린다. 같은 걸 또 띄워주면 사용자가 싫어하니까. 플랫폼 입장에선 자연스럽다. 셋째, 팔로워들의 취향이 빨리 식는다. 어제는 웃겼는데 오늘은 당연하고 모레는 식상하다. 이게 정상이다. 내가 주말에 본 통계는 이거다. 유튜브 쇼츠의 평균 콘텐츠 수명은 72시간. 그 중 절정은 24~48시간 사이. 48시간이 지나면 조회수 신규 유입이 50% 이상 떨어진다. 틱톡은 더 짧다. 평균 36시간.금요일 성공이 월요일 죽음이 되는 그 시간들 토요일 아침. 나는 출근하지 않는다. 근데 SNS는 본다. 습관이다. 어제 콘텐츠 반응 체크. 약간 내려갔는데 아직 괜찮다. 240만. 그런데 유사 콘텐츠가 보인다. 다른 계정에서 거의 똑같은 거. 이미 3개. 토요일 오후. 봤더니 8개다. 내가 알고 있던 크리에이터들이다. 우리 팀 후배 같은 에이전시 친구도 있다. 모두 같은 톤. 다만 약간 변형해서. 일요일 아침. 20개가 넘었다. 유명한 계정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끝이다. 유명한 계정이 하면 그다음부터 수천 개다. 내 반응이 뭐냐면. 한숨 나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가 먼저 했는데 왜 남들 것만 보이지?" 통계는 이렇다. 첫 번째 유사 콘텐츠가 올라오면 24시간 이내에 100개. 유명한 계정이 하면 그 이후 72시간 내에 5000개. 내 콘텐츠는? 가장 먼저 떴지만 지금 조회수는 180만. 내려간 거다. 왜냐면 알고리즘이 똑같은 종류를 덜 띄워주니까.왜 우리 콘텐츠는 그대로인데 알고리즘은 밀어주지 않을까 이게 내가 한 달에 열 번은 생각하는 거다. 우리가 먼저 했다. 조회수도 제일 높다. 댓글도 많다. 근데 왜 5일 뒤엔 다른 계정이 만든 따라 하는 건 조회수가 더 많을까. 디렉터한테 물었다. "알고리즘이 뭘 선호하는지 봤어요?"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알고리즘은 신선함을 본다. 우리가 터뜨린 콘셉트는 이미 '본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본 것이다. 근데 같은 콘셉트를 새로운 계정이 하면? 그건 '새로운 거'처럼 보인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하품하는 영상'이 터졌다. (가상의 예) 1번 계정이 한다. 300만 조회. 그 다음날 2번 계정이 똑같이 한다. 200만 조회. 그 다음날 3번 계정이 또 한다. 180만 조회. 근데 만약 3번 계정이 "고양이가 하품하는데 댕댕이가 기겁하는" 식으로 조금 다르게 한다? 160만이 아니라 250만이 나올 수 있다. 왜냐면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게 알고리즘상 신선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본이다. 근데 원본은 이미 식은 거고, 변형본이 신선해 보인다. 이게 밈 생태계의 구조다. 그래서 지금 트렌드 기획자들이 뭘 하냐면. "원본을 만들되, 3일 안에 변형본을 내보낸다." 이게 전략이 됐다. 너무 빨리 변형하면 더 오래 간다. 왜냐면 "신선함"이 자꾸 생기니까. 근데 이것도 한계가 있다. 언제까진 변형할 수 있는 콘셉트도 한정이니까. [IMAGE_4] 토요일부터 일요일 밤 사이에 뭐가 일어나는가 우리 팀은 지금 이걸 추적하고 있다. 어떤 콘텐츠가 터졌을 때 정확히 언제 카피가 시작되는지. 지금까지 데이터:금요일 오후 3시 터짐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첫 카피 10개 토요일 오후 4시 카피 100개 돌파 일요일 자정 카피 1000개 돌파 월요일 오전 이미 식음이 사이에 뭐가 일어나는가. 첫 번째. 크리에이터들의 '스크린샷 놈'이 작동한다. 터진 콘텐츠 보자마자 캡처. 레퍼런스 폴더에 저장. 이미 10분. 두 번째. 30분 내에 '이거 할 수 있겠는데' 결정. 촬영 일정 조율. 세 번째. 2~3시간 내에 촬영. 편집. 올림. 네 번째. 나머지 크리에이터들이 본다. "어 이거 됐어? 그럼 나도." 다섯 번째. 카피 급증. 여섯 번째. 에이전시, 유명한 유튜버 같은 큰 계정이 본다. "우리도 할까?" 올림. 일곱 번째. 플랫폼 알고리즘이 감지. "이거 많네?" 근데 중복이 많으니까 가중치 낮춤. 여덟 번째. 더 이상 신규 콘텐츠를 띄워주지 않음. 같은 종류 콘텐츠 간에 우위가 정해짐. (보통 가장 먼저 한 거 또는 가장 잘 만든 거) 아홉 번째. 월요일 오전. 더 이상 떡상 가능성 없음. '식었다' 선언. 이 전체 과정이 48~72시간이다. 결론은 이거다. 금요일에 당신이 터뜨린 콘텐츠는 금요일 안에만 '신선함'을 유지한다. 토요일부터는 이미 '레퍼런스'가 된다. 토요일 밤이면 '식은 밈'이 된다. 일요일이면 '따라 하는 게 더 많은 콘셉트'가 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뭐냐면.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후속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 월요일 회의 전에 이미 다른 콘셉트를 준비하는 것. 근데 사람은 주말에 쉬어야 한다. 이게 지금 우리 일의 딜레마다. [IMAGE_5] 그럼 애초에 어떻게 대비할 건가 우리 회사는 지금 두 가지를 한다. 첫 번째 전략: '시리즈화' 한 번 터뜨린 콘셉트를 바로 35개 변형안을 준비해서 주 23회 분산 업로드. 이렇게 하면 처음 콘텐츠는 금요일, 두 번째는 수요일, 세 번째는 월요일 이런 식으로 엇갈린다. 그럼 우리 채널에서는 계속 신선해 보인다. 단점: 너무 많은 콘텐츠 필요. 리소스 부담. 두 번째 전략: '선제 공격' 터질 거 같은 트렌드를 남들보다 먼저 감지해서 그 트렌드가 절정에 다다르기 전에 올린다. 그럼 우리가 원본이 되고, 나머지는 카피가 된다. 근데 이건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이거 터질 거 같은데" 안 터질 수도 있다. 그럼 조회수 낮은 콘텐츠가 된다. 세 번째 전략: '틈새 공략' 대세 트렌드 말고 소수 커뮤니티의 트렌드를 먼저 잡는다. 주류가 아닌 틈새. 그럼 경쟁이 적다. 대신 리치(reach)도 적을 수 있다. 우리 팀이 지금 하는 건 이 세 개를 섞는 거다. 근데 결국 이 모든 것도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가"에 봉착한다. 매달 3~4개의 새로운 대형 트렌드가 생긴다. 우리는 그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 빠뜨리면 "왜 우리만 못 했어?" 라고 받는다. 지쳐 보이면 "열정 없네" 라고 받는다. [IMAGE_6] 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받은 그 피드백 "이미 식었어요." 네 단어다. 근데 이 네 단어에 담긴 게 많다. 한 주일 반 전에 터뜨린 콘셉트. 나는 분명히 금요일에 280만 조회를 본 것 같은 느낌으로 들어갔다. 성공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거 먼저 했고, 반응 좋았으니까 변형해서 다시 해도 되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 근데 토요일부터 일요일 밤 사이에 뭐가 일어났는지 난 못 봤다. 아니, 보려고 했는데 토요일은 카페 가고, 일요일은 빨래하고, 틱톡은 30분 본 것 같은데 그때 이미 카피가 200개 이상 있었을 거다. 그게 뭐냐면.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다른 사람들은 일을 한다"는 거다. 나는 쉬는데, 크리에이터 수백 명은 일하고 있다. 나는 주말 지나고 월요일에 회의하는데, 이미 업계 전체는 한 주기를 돌았다. 이게 콘텐츠 기획의 현실이다. 지금 우리 회사 보상 시스템:기본급 4200만원 성과급 (월 200~500만원 변동) 야근 수당 따로 없음 (스타트업이라서)근데 진짜 야근은 토요일 일요일이다. 알고리즘 때문에. 내가 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쉬는 동안에도 시장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트렌드 담당자들이 한다는 게. 주말에 한 시간씩이라도 SNS를 보자. 아니면 월요일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주말 동안 뭐가 일어났는지 체크하자. 이건 "일의 경계"를 없애는 거다. [IMAGE_7] 그래도 다음 주는 뭘 할 건가 회의가 끝났다. 정리된 건 이거다:금요일 콘셉트는 포기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접근 근데 그 각도도 이미 1~2팀이 하고 있을 거 같음 그래도 먼저 해보자퇴근 후에 뭐 했냐면. 집에 와서 지난주 우리 콘텐츠의 상세 분석을 다시 했다. 댓글까지 읽었다. "이 댓글 반응이 좋네. 다음엔 이 방향?" "아, 이 부분에서 사람들이 떨어져나갔네." "자막 개수? 이 정도가 맞네." 데이터 수집. 이게 월요일 회의에는 없던 정보다. 한두 시간 후에 새로운 아이디어 3개가 나왔다. 내일 제출할 거다. "먼저 하는 게 이기는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토요일에 카피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금요일 밤 내가 준비를 안 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준비하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이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이미 식었어요" 라는 말은 안 들을 것 같다. [IMAGE_8]어제 터진 게 오늘 죽는 게 아니라, 어제 준비 못 한 게 오늘 죽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