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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5시, 새로운 바이럴 트렌드가 터졌을 때

금요일 오후 5시, 새로운 바이럴 트렌드가 터졌을 때

5시 17분, 틱톡 금요일 오후 5시 17분. 틱톡 알림이 울렸다. 팔로우하는 크리에이터 계정. 조회수 1000만. 업로드한 지 3시간. "이게 뭐지." 영상을 돌려봤다. 한 번 더 봤다. 세 번째 봤다. 새로운 포맷이다. 본 적 없는 구조다. 댓글창이 미쳤다. "천재다", "이거 대박이다", "따라하고 싶다". 공유 수가 조회수의 15%. 바이럴이다. 노트북을 열었다. 회사 슬랙에 링크를 던졌다. "이거 봤어요? 완전 새로운 포맷인데." 답장은 없다. 다들 금요일 저녁 모드다.카페로 회사에 있으면 집중이 안 된다. 퇴근 시간이다. 성수동 카페로 갔다. 노트북, 아이패드, 스마트폰 세 개를 펼쳤다. 영상을 프레임별로 분석했다.첫 3초: 후킹 방식이 다르다 중간 전환: 새로운 편집 기법 마지막: 행동 유도가 자연스럽다노션에 정리했다. 스크린샷 12장. "이 포맷, 우리 브랜드에 적용하면..." 머릿속으로 기획안이 그려진다. 하지만 확신은 없다.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봤을 거다. 월요일까지 비슷한 영상이 쏟아질 거다. 먼저 올려야 한다. 아니면 아예 다르게 틀어야 한다. 커피를 주문했다. 네 번째다. 밖은 어둡다. 7시 32분.주말 계획 집에 왔다. 10시. 씻지도 않고 노트북을 켰다. 월요일 오전 조회까지 48시간. 정확히는 63시간. 기획안을 쓰기 시작했다. [새 포맷 적용 기획안 v1]촬영 구성 필요한 소품 대본 초안 편집 포인트 업로드 시간모델 섭외가 문제다. 주말이다.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들 연락이 될까. 카톡을 열었다. 자주 작업하는 크리에이터 5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촬영 가능해요? 급한 건데 페이 1.5배 드릴게요." 답장은 하나. "내일 약속 있어요 ㅠㅠ" 나머지는 읽씹.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보인다. "직접 찍을까." 카메라는 있다. 조명도 있다. 편집은 내가 한다. 하지만 얼굴이 나가는 건 부담이다. 회사 콘텐츠에 내 얼굴.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 영상을 또 봤다. 조회수 1500만. 6시간 만에 500만이 늘었다. 댓글창을 내렸다. 이미 비슷한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거 따라해봤어요", "저도 해봤는데 재밌네요". 늦었다. 아니, 아직 안 늦었다. 우리는 브랜드 콘텐츠다. 개인 크리에이터랑 다르다.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자정이 넘었다. 토요일이다.토요일 오전 9시에 눈을 떴다. 스마트폰부터 확인했다. 그 영상 조회수 2300만. 하룻밤 사이에 800만. 인스타그램 릴스에도 퍼졌다. 유튜브 쇼츠에도 보인다. 우리 경쟁사 계정을 확인했다. 아직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다." 일어나서 씻었다. 커피를 내렸다. 노트북을 열었다. 어젯밤 기획안을 다시 읽었다. 뭔가 부족하다. 그냥 따라하는 느낌이다. "우리만의 색깔이 뭐지."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펼쳤다. 우리 타겟층. 우리 톤앤매너. 새 포맷에 우리 브랜드 정체성을 넣는 방법. 30분 동안 고민했다.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거다." 기획안을 처음부터 다시 썼다. [새 포맷 적용 기획안 v2 - 브랜드 정체성 강화] 구성이 달라졌다. 메시지가 명확해졌다. 이제 촬영만 하면 된다. 크리에이터 섭외는 포기했다. 직접 한다. 스마트폰 거치대를 세팅했다. 조명을 켰다. 리허설을 10번 했다. 실제 촬영 3번. 편집을 시작했다. 프리미어를 켰다. 음악 선곡. 자막 타이밍. 전환 효과. 5시간이 걸렸다. 완성본을 봤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확신은 없다.토요일 저녁 영상을 회사 단톡방에 올렸다. "주말인데 급하게 만들어봤어요. 피드백 부탁드려요." 대표님이 답했다. "오 빠르네요. 월요일에 얘기해요." 월요일. 이미 늦는다. "지금 올리면 안 될까요? 트렌드가 식기 전에." "일단 월요일에 팀원들이랑 공유하고 결정하죠." 답답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개인 계정에 올릴까 생각했다. 팔로워 5천. 테스트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회사 콘텐츠를 개인 계정에 먼저 올리는 건 애매하다. 창밖을 봤다. 어둡다. 틱톡을 열었다. 그 포맷의 영상들이 쏟아진다. 조회수는 백만 단위. 십만 단위. 만 단위. 포화 상태다. "망했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보인다. 콘텐츠 기획이 이렇다. 타이밍이 전부다.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3일. 그 안에 올려야 한다. 월요일 오전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눈을 감았다. "다음엔 더 빨리 움직여야지."일요일 정신 차리고 일어났다. 11시. 어차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른 전략을 짰다. "완전히 다른 각도로 가자." 새 포맷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 트렌드를 비틀어보기로 했다. 노션에 새 페이지를 만들었다. [새 포맷 역발상 기획안] 모두가 A를 할 때, 우리는 A를 분석하는 콘텐츠. 메타 콘텐츠다. 크리에이터들이 좋아하는 방식. 기획안을 다시 썼다. 대본을 다시 짰다. 오후 2시부터 다시 촬영. 편집. 이번엔 3시간 만에 끝냈다. 경험치가 쌓인다. 완성본을 봤다. 이건 확신이 든다. 단톡방에 올렸다. "토요일 버전 말고, 이걸로 가면 어떨까요. 차별화 포인트가 확실해요." 대표님이 봤다. "오, 이게 낫네요. 월요일에 최종 결정하죠." 또 월요일. 하지만 이번엔 괜찮다. 이 콘텐츠는 트렌드를 타는 게 아니라 트렌드를 다루는 거다.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 저녁을 먹었다. 치킨을 시켰다. 넷플릭스를 켰다. 하지만 집중이 안 된다. 스마트폰을 들었다. 틱톡을 열었다. 그 포맷은 여전히 돌아간다. 하지만 조회수는 떨어진다. 포화됐다. 알고리즘이 밀어주기를 멈췄다. "역시."월요일 오전 10시 출근. 회의실로 갔다. 대표님, 마케팅팀장, 디자이너가 모였다. 내 영상을 봤다. 일요일 버전. 팀장이 말했다. "좋은데요. 이거 바로 올리죠." 대표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피 조금만 수정하고 오늘 오후에 업로드." 드디어. 책상으로 돌아왔다. 카피를 수정했다. 썸네일을 만들었다. 해시태그를 정리했다. 오후 3시.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동시 업로드. "제발." 1시간 후. 조회수 5천. 2시간 후. 1만 2천. 3시간 후. 3만. 나쁘지 않다. 하지만 바이럴은 아니다. 댓글은 괜찮다. "이 관점 신선하네요", "역시 다른 각도". 공유 수는 조회수의 8%. 준수하다. 알고리즘이 밀어줄지는 모르겠다. 퇴근 시간. 7시. 영상 조회수 6만. 안정적으로 오른다. "이 정도면 됐다." 금요일 오후 5시 17분. 그 알림부터 지금까지. 63시간.콘텐츠 기획은 타이밍이다. 하지만 타이밍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이번 주말, 그걸 배웠다.

Notion 태그가 50개인 이유

Notion 태그가 50개인 이유

Notion 태그가 50개인 이유 시작은 순수했다 작년 3월이었다. 팀장이 말했다. "콘기획님, 콘텐츠 성과 분석 좀 체계적으로 해봐요." 좋았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왜 어떤 콘텐츠는 터지고 어떤 건 안 터지는지. 데이터로 정리하면 패턴이 보일 거라고 믿었다. Notion 데이터베이스 만들었다. 처음엔 태그 5개였다. '바이럴 성공', '바이럴 실패', '평범', '실험', '보류'. 깔끔했다. 단순했다. 일주일 유지됐다.태그는 증식한다 문제는 '바이럴 실패'였다. 왜 실패했는지가 중요한데. 그냥 '실패'로만 분류하면 의미가 없었다. 태그를 나눴다. '후킹 약함', '타겟층 미스', '편집 아쉬움', '타이밍 안 맞음'. 일리 있었다. 구체적이었다. 그런데 '후킹 약함'도 세분화가 필요했다. '썸네일 문제', '제목 문제', '첫 3초 문제'. '타겟층 미스'도 마찬가지. '20대 노린 거 30대가 봄', '남성 타겟인데 여성 유입', 'MZ 아닌 4050 반응'. 한 달 뒤 태그가 20개였다. "좀 많은데?" 동료가 물었다. "정확해야 하잖아." 내가 답했다.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환상 6월쯤. 태그가 35개였다. '알고리즘 변화 의심', '경쟁 콘텐츠 많음', '시즌 이슈 종료', '크리에이터 컨디션 나쁨', '촬영 당일 날씨 흐림'. 마지막 건 농담 아니다. 실제로 만들었다. 날씨 흐린 날 찍은 콘텐츠가 조회수 낮다는 가설. 3개 데이터 있었다. 패턴이라고 믿었다. 회의 때 발표했다. "날씨가 콘텐츠 퀄리티에 영향을 줘요." 팀장이 웃었다. "콘기획님 요즘 너무 피곤한 거 아니에요?" 피곤하긴 했다. 매일 밤 11시까지 Notion 정리했다. 오늘 올린 콘텐츠 3개. 각각 태그 10개씩 달았다. '바이럴 가능성 중', '후킹 보통', '편집 깔끔', '타겟층 정확', '업로드 타이밍 최적', '썸네일 클릭률 예상 4%', '예상 조회수 5만'. 다음 날 결과 나왔다. 조회수 800. 태그 추가했다. '예측 완전히 빗나감'.50개 달성의 순간 9월. 태그 50개 돌파했다. 기념해야 하나 싶었다. 웃겼다. 슬펐다. 최근 추가된 태그들: '분석 포기', '감으로 올림', '이유 모름', '그냥 올려봄', '태그 달기 귀찮음'. 아이러니했다. 태그를 정리하려고 만든 태그가 정리를 포기한다는 내용. 동료가 내 Notion 봤다. "와 미쳤다. 이거 실제로 쓰는 거예요?" "응." 대답했다. "근데 요즘 안 써." 진짜였다. 9월 들어서 콘텐츠 5개 올렸는데. 태그 하나도 안 달았다. 달 의미를 모르겠었다. '바이럴 실패 - 후킹 약함 - 썸네일 문제 - 클릭률 2% - 예상 3% - 타겟층 20대 여성 - 실제 유입 30대 남성' 이렇게 달아도. 다음 콘텐츠는 또 실패했다. 데이터가 답을 안 줬다. 패턴이 안 보였다. 아니, 보였다. '모든 콘텐츠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패턴. 왜 50개까지 갔을까 주말에 카페 앉아서 생각했다. 태그 50개 만든 이유. 통제하고 싶었던 거다. 콘텐츠가 왜 터지는지 모르는 게 무서웠다. '운'이라고 인정하기 싫었다. '후킹이 약해서', '타이밍이 안 맞아서', '알고리즘이 안 밀어줘서'. 이유가 있으면 대응할 수 있다. 다음엔 고치면 된다. 근데 진짜 이유는 뭘까. 어제 올린 콘텐츠. 조회수 50만. 왜 터졌는지 모른다. 썸네일? 평범했다. 후킹? 딱 3초, 다른 것들이랑 비슷했다. 타이밍? 금요일 오후 6시, 늘 하던 시간. 댓글 봤다. "ㅋㅋㅋㅋ이게 왜 웃기지" "알고리즘이 이걸 왜 띄워줘" "아 근데 또 보게 됨" 이유 없었다. 그냥 터졌다. 태그 달 수가 없었다. '운 좋음'? 우습다. '이유 모름'? 이미 있다. 결국 아무것도 안 달았다. 태그 대신 남은 것 10월. Notion 데이터베이스 열었다. 태그 50개 다 지웠다. 새로 만들었다. 딱 3개. '재밌었음', '재미없었음', '모르겠음'. 주관적이다. 데이터 아니다. 근데 이게 맞는 것 같았다. 콘텐츠는 과학이 아니다. 패턴 있는 것 같은데 없다. 없는 것 같은데 또 있다. '후킹이 약하면 안 터진다'는 규칙. 예외가 5개 있으면 규칙이 아니다. '타겟층 정확하면 성공한다'는 가설. 타겟층 정확한데 망한 거 10개 있다. 결국 감이다. 데이터 보면서 키우는 감. 근데 데이터에 갇히면 감이 죽는다. 요즘은 그냥 올린다. 재밌으면 올린다. 안 터져도 괜찮다. 어차피 다음 콘텐츠 기획해야 한다. 이번 거 왜 안 터졌는지 분석하는 시간에. 다음 거 하나 더 만드는 게 낫다. 번아웃의 신호였다 돌아보면 태그 50개는 번아웃 신호였다. '컨트롤해야 해', '이유를 알아야 해', '패턴을 찾아야 해'. 강박이었다. 콘텐츠 기획자는 크리에이터다.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다. 물론 데이터 봐야 한다. 조회수, 클릭률, 체류 시간, 이탈 구간. 다 중요하다.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왜 사람들이 이걸 재밌어할까'를 고민해야지. '왜 이 콘텐츠가 3.2% 클릭률이 나왔을까'에 매달리면 안 된다. 3.2%와 3.8%의 차이. 알고리즘 변동일 수도 있다. 그날 경쟁 콘텐츠가 강했을 수도 있다. 그냥 재수 없었을 수도 있다. 모른다. 모르는 게 정상이다. 태그 50개 만들면서 깨달았다. '나 지금 일 하는 게 아니라 일 흉내 내고 있구나'. 지금은 Notion 태그 3개로 산다. '재밌었음' 태그 달린 콘텐츠. 조회수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다. 패턴 없다. 근데 다시 보면 웃긴다. 내가 재밌어한 콘텐츠는 나중에 봐도 재밌다. '재미없었음' 태그. 조회수 높은 거 하나 있다. 50만 넘게 나왔다. 근데 나는 재미없었다. 타겟층 의식하느라 내 취향 죽였다. 성공했지만 자랑스럽지 않다. '모르겠음' 태그. 제일 많다. 솔직하다. 모르겠는데 올린 거. 올려봐야 아는 거. 회의 때 팀장이 물었다. "요즘 Notion 관리 안 하시죠?" "네. 태그 다 지웠어요." "왜요?" "의미 없더라고요." 팀장이 웃었다. "그래도 되나?" "어차피 패턴 없잖아요. 콘텐츠는." "맞네." 대화 끝났다. 나중에 슬랙으로 메시지 왔다. "저도 예전에 그랬어요. 태그 100개 만들었었죠. 다 소용없더라고요." 100개. 나보다 심했다. 웃겼다. 모두가 지나가는 길인가 보다.태그 50개 시절, 나는 답을 찾으려 했다. 지금은 안다. 콘텐츠에 정답은 없다. 있는 건 다음 콘텐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