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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Dec, 2025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날과 미는 날의 차이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날과 미는 날의 차이 어제는 신이었는데 오늘은 범인 어제 올린 숏폼 조회수 127만. 오늘 올린 거 5만 3천. 똑같은 시간대. 같은 포맷. 비슷한 편집. 후킹도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팀장이 슬랙 보냈다. "오늘 거 왜 이래?" 나도 모른다.알고리즘은 설명을 안 해준다. 왜 어제는 밀어주고 오늘은 안 밀어주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추측뿐. "어제 게시 시간이 좋았나?" "썸네일 색감 차이?" "첫 3초 후킹력?" 다 같아 보이는데 숫자는 20배 차이. 밀어주는 날의 기분 월요일 아침 10시. 출근하자마자 노션 확인. 전날 밤 11시에 올린 영상 조회수 50만. 댓글 1200개. 공유 3400. 심장이 뛴다. 진짜로. "터졌다!" 팀원들한테 슬랙으로 캡처 보냈다. 다들 축하 이모지.이날은 뭐가 달랐나. 타이밍? 목요일 밤 11시. 다들 침대에서 폰 보는 시간. 주제? 직장인 공감 콘텐츠. '회의 중 딴생각' 시리즈. 길이? 47초. 끝까지 보게 만드는 길이. 근데 이것들은 지난주에도 다 맞췄었다. 지난주 조회수? 8만. 차이가 뭐였을까. 알고리즘이 "오늘은 너 밀어줄게" 했던 거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안 밀어주는 날의 자괴감 수요일 오후 3시. 점심 먹고 확인. 아침 10시에 올린 영상 조회수 3만 2천. 6시간 지났는데 3만. 보통 6시간이면 20만은 가야 한다. 우리 채널 평균이. 뭐가 문제지. 썸네일 다시 봤다. 괜찮은데. 제목 다시 봤다. 후킹 있는데. 첫 3초 다시 봤다. 임팩트 있는데.편집자한테 물어봤다. "뭐가 이상해 보여?" "아니요. 잘 뽑힌 것 같은데요." 그럼 뭐가 문제야. 알고리즘이 안 밀어준 거다. 정확히는, 초기 노출을 안 준 거다. 유튜브 쇼츠든 틱톡이든 인스타든, 처음 1시간이 승부다. 그 1시간 동안 누구한테 얼마나 보여줄지는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우리는 통제 못 한다. 알고리즘의 논리 알고리즘은 학습한다. 유저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영상을 끝까지 보는지. 어떤 걸 공유하는지. 그걸 기반으로 '이 영상은 잘될 거야' 판단한다. 근데 그 판단 기준이 매주 바뀐다. 2주 전까지는 "완시청률" 중요했다. 끝까지 보는 비율. 그래서 우리는 영상 길이 45초로 맞췄다. 지난주부터는 "공유" 중요해졌다. 그래서 공유 유도 멘트 넣었다. 이번 주는? "저장" 중요하다는 소문. 그래서 저장 유도 멘트 테스트 중. 근데 이게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알고리즘은 설명서를 안 준다. 같은 콘텐츠, 다른 운명 진짜 미친 경우가 있었다. 똑같은 영상 두 번 올린 적 있다. 실수로. 첫 번째: 화요일 오전 11시 업로드. 조회수 6만. 두 번째: 목요일 오후 8시 업로드. 조회수 89만. 완전 같은 영상인데 15배 차이. 이유? 목요일 밤에 알고리즘이 밀어줬다. "추천" 탭에 올라갔다. 그것뿐. 우리가 뭘 다르게 한 게 아니다. 타이밍과 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제일 힘든 게 이거다. 내가 열심히 해도 결과를 장담 못 한다. 기획 3시간. 촬영 2시간. 편집 4시간. 총 9시간 들인 영상. 조회수 4만. 즉흥으로 30분 만에 만든 영상. 조회수 120만. 논리가 없다. 팀장이 물어본다. "왜 이번 건 안 됐어?" "알고리즘이 안 밀어줬어요." "그럼 왜 안 밀어준 거야?" "모르겠습니다." 이 대화 일주일에 세 번. 밀어주는 날을 만들려는 시도들 그래도 포기 안 한다. 패턴 찾으려고 노력한다. 시도 1: 게시 시간 최적화 월요일일요일, 오전밤 다 테스트했다. 결론: 목요일 밤 10-11시가 제일 좋다. 우리 채널 기준. 근데 이것도 매달 바뀐다. 시도 2: 첫 3초 강화 후킹 멘트 10가지 테스트. "이거 모르면 손해" - 평균 "절대 하지 마세요" - 좋음 "진짜요...?" - 제일 좋음 근데 같은 멘트도 어떤 날은 먹히고 어떤 날은 안 먹힌다. 시도 3: 썸네일 A/B 테스트 같은 영상, 썸네일만 두 가지로 테스트. 파란색 배경 vs 빨간색 배경. 파란색이 이길 줄 알았는데 빨간색이 2배 더 잘됐다. 근데 다음 주에 다시 테스트하면 파란색이 이긴다. 일관성이 없다. 알고리즘과의 심리전 이제는 알고리즘이 사람처럼 느껴진다. 기분 좋으면 밀어주고, 기분 나쁘면 묻어버리는. 물론 실제로는 데이터와 머신러닝이지만. 그래도 의인화하게 된다. "오늘 알고리즘 기분 좋나 봐." "이번 주 알고리즘이 우리 채널 싫어하나 봐." 팀원들이랑 이런 얘기 진지하게 한다. 웃긴 건,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다 똑같이 얘기한다. "알고리즘이 날 버렸어." "알고리즘한테 미움받는 중." 통제 못 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착각 상사들은 데이터를 믿는다. "이번 달 평균 조회수 15% 하락했네요. 이유가 뭔가요?" 이유? 알고리즘이 우리 채널 노출 줄였다. "근거는요?" 없다. 느낌이다. 근데 진짜 그렇다. 같은 퀄리티 유지했는데 노출이 줄었다. 도달률이 20%에서 8%로 떨어졌다. 우리가 뭘 잘못한 게 아니다. 알고리즘이 전략을 바꿨다. 근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 "알고리즘 탓입니다" 하면 변명처럼 들린다. 그래서 억지로 이유를 만든다. "썸네일 색감을 바꿔보겠습니다." "게시 시간을 조정하겠습니다." 실제로는 이게 큰 영향 없다는 거 안다. 근데 뭐라도 해야 하니까. 터지는 영상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지난 6개월간 100만 이상 간 영상들 분석했다. 총 17개. 길이: 32초~1분 15초. 들쭉날쭉. 주제: 직장, 연애, 일상, 공감. 패턴 없음. 게시 시간: 오전, 오후, 밤. 다 섞임. 썸네일: 파란색 7개, 빨간색 4개, 노란색 6개. 공통점을 못 찾겠다. 유일한 공통점: 초기 1시간 동안 알고리즘이 밀어줬다. 그게 전부다. 크리에이터의 숙명 어제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만났다. 틱톡 팔로워 50만. 유튜브 구독자 30만. 얘기 나누다가 알고리즘 얘기 나왔다. "요즘 조회수 떨어지지 않아요?" "미쳤죠. 갑자기 반토막." "이유 알아요?" "모르죠. 알고리즘이 싫어진 것 같은데." 똑같다. 규모 크든 작든 다들 알고리즘 눈치 본다. 밀어주면 감사하고, 안 밀어주면 스트레스받고. 우리는 알고리즘의 손바닥 위에 있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월급 받으니까. 일단 이게 제일 크다. 근데 솔직히 그것만은 아니다. 터지는 순간의 쾌감. "이번 건 진짜 잘됐다" 싶은 순간. 댓글에 "이거 완전 공감ㅠㅠ" 달리는 거 보는 순간. 그게 중독성 있다. 알고리즘이 밀어주든 안 밀어주든, 일단 만든다. 오늘 안 터지면 내일 터질 수도. 내일도 안 터지면 모레 터질 수도. 언젠가는 터진다. 그걸 믿고 계속한다. 통제 못 하는 걸 인정하고, 그래도 통제하려고 애쓰고. 이게 콘텐츠 기획자의 삶.알고리즘은 신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그냥 변수다. 큰 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