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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Dec, 2025
조회수 3만인데 왜 기분이 이렇게 안 좋을까
3만 vs 3만 오늘 올린 영상. 조회수 3만 찍었다. 객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평균치다. 근데 기분이 이상하게 안 좋다. 지난주에도 3만 나왔다. 그때는 기뻤는데. 왜 같은 숫자인데 감정이 다를까. 답은 간단하다. 지난주 목표는 2만이었고, 오늘 목표는 5만이었다.숫자가 기준이 되는 순간 처음엔 조회수 1천만 넘어도 신났다. '와, 천 명이 봤어!' 그게 5천, 1만, 3만이 됐다. 문제는 이 숫자가 내 감정의 기준점이 된다는 거다. 3만이 평균이 되면, 3만은 '그냥'이 된다. 5만 나오면 성공, 2만 나오면 실패. 콘텐츠의 질은 같은데. 반응만 다를 뿐인데. 나는 숫자를 보고 내 하루를 평가한다. '오늘 일 잘했네' 혹은 '오늘 망했네'. 이게 4년차 콘텐츠 기획자의 직업병이다.기대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계속 올라간다. 한 번 5만 찍으면, 다음엔 5만이 최소치가 된다. 한 번 10만 나오면, 그게 새로운 기준선이다. 이번 달 목표 달성했다. 팀장이 칭찬했다. 근데 다음 달 목표는 20% 더 높아졌다. 성공의 기준이 계속 움직인다. 도달하면, 또 멀어진다. 오늘 3만이 안 좋은 이유. 지난주에 4만 찍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 새로운 평균이 됐다. 숫자에 중독되는 게 아니라. 상승하는 기대치에 중독된 거다. 맥락을 잃어버림 3만 조회수. 그 뒤에 뭐가 있는지 안 본다. 어떤 3만은 댓글 200개에 공유 50번이다. 어떤 3만은 댓글 10개에 이탈률 80%다. 전자는 성공이고, 후자는 그냥 숫자다. 근데 대시보드 열면 둘 다 '30,000'이다. 나는 첫 번째 숫자만 본다. 맥락은 나중에 보려고 한다. 그리고 맥락 보기 전에 이미 기분이 정해진다. 오늘 영상은 댓글 반응이 좋았다. '이거 진짜 공감된다'는 댓글 여러 개. 근데 나는 이미 3만이라는 숫자에 실망했다. 숫자가 맥락을 잡아먹는다.비교의 지옥 우리 팀 막내가 올린 영상. 조회수 8만. 축하한다고 말했다. 속으론 질투했다. 내가 기획한 건데 왜 저 애가 올린 게 더 잘 됐지? 알고리즘 타이밍 문제일 뿐인데. 머리로는 알아. 가슴은 모른다. 다른 팀 콘텐츠. 15만. 우리 팀 콘텐츠. 3만. 회의 시간에 팀장이 물어본다. "왜 차이가 날까요?" 나도 모른다. 근데 대답은 해야 한다. "후킹이 약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엔 더 트렌디하게 가겠습니다." 이게 정답인지 모른다. 그냥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이다. 3만이 나쁜 게 아니다. 15만이 있어서 나쁜 거다. 내가 만든 감옥 숫자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했다. 명확한 성과 지표라고.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근데 숫자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다. 같은 3만인데. 내 기분에 따라 성공이 되고 실패가 된다. 어제의 목표. 지난주의 성과. 다른 팀의 수치. 내 기대치. 이 모든 게 숫자를 해석하는 렌즈다. 객관적인 건 숫자뿐이다. 해석은 전부 내가 만든 거다. 오늘 3만이 기분 나쁜 이유. 숫자가 낮아서가 아니다. 내가 만든 기준을 못 넘어서다. 중독의 정체 이게 중독이다. 숫자가 올라가면 도파민. 숫자가 안 오르면 불안. 매일 아침 대시보드 연다. 자기 전에도 확인한다. 주말에도 본다. 조회수가 내 자존감이 됐다. 콘텐츠가 안 되면 내가 안 되는 것 같다. 3만이 나를 부정한다. 이성적으로는 안다. 조회수는 알고리즘이다. 타이밍이다. 운이다. 감정적으로는 모른다. 3만은 내 능력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10만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증거. 숫자에 중독된 게 아니다. 숫자로 나를 증명하려는 것에 중독됐다. 어제의 나를 이기려는 게임 매일 어제의 나와 싸운다. 어제 3만 나왔으니까. 오늘은 3만 1천을 원한다. 정체는 후퇴처럼 느껴진다. 같은 자리는 안주처럼 보인다. 성장 곡선은 항상 우상향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불가능한 기대다. 현실은 지그재그다. 오르락내리락한다. 근데 나는 그걸 못 견딘다. 하락은 실패다. 정체는 게으름이다. 오늘 3만이 나쁜 이유. 어제의 나를 못 이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문제는 이거다. 숫자가 목적이 된다. 처음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재밌어하는 거. 조회수는 그 결과였다. 이제는 반대다. 조회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 공감은 조회수를 위한 수단이다. '이게 사람들한테 도움 될까?'가 아니라. '이게 알고리즘 탈까?'를 먼저 생각한다. 기획안 쓸 때도 그렇다. '이 메시지 전하고 싶어'가 아니라. '이 소재 지금 뜨고 있어'가 먼저다. 오늘 3만이 허무한 진짜 이유. 내가 왜 이걸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서다. 되돌릴 수 있을까 한 달 전에 시도했다. 조회수 안 보기. 일주일 버텼다. 근데 회의에서 물어본다. "지난주 콘텐츠 성과 어땠어요?" 모른다고 할 수 없다. 숫자를 안 보는 게 답은 아니다. 숫자를 다르게 보는 게 답인 것 같다. 3만을 봤을 때. '실패했네'가 아니라. '3만 명이 봤네'로 생각해보기. 3만 명이다. 작은 강의실 100개를 꽉 채운 숫자다. 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고 생각하면 떨린다. 근데 화면으로 보면 그냥 '3만'이다. 숫자가 사람을 지운다. 오늘의 결론 같은 거 퇴근하고 핸드폰 뒤집어놨다. 조회수 안 봤다. 대신 맥주 마셨다. 내일 아침에 볼 거다. 그때도 3만일 거다. 5만이 됐을 리 없다. 근데 오늘 밤만큼은. 3만이 3만인 채로 있게 하고 싶다. 실패도 성공도 아닌. 그냥 3만. 내일은 또 숫자에 휘둘릴 거다. 알고 있다. 4년차가 하루아침에 안 바뀐다. 그래도 오늘은. 3만 명이 내 콘텐츠를 봤다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보기. 거짓말 같지만. 한 번쯤은 믿어보기.3만은 3만이다. 내가 의미를 붙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