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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섭외했는데 노쇼했을 때의 멘붕

크리에이터 섭외했는데 노쇼했을 때의 멘붕

수요일 오전 10시, 크리에이터가 안 온다 수요일이었다. 촬영 당일. 오전 10시. 스튜디오 대관비 30만원 결제 완료. 촬영 장비 세팅 끝. 조명 체크 완료. 크리에이터만 없다. 전화했다. 안 받는다. 카톡 보냈다. 1도 안 읽는다. 인스타 DM. 읽씹. 10시 30분. 팀장이 물었다. "크리에이터 어디 있어요?" "...연락이 안 돼요." 스튜디오 사장님이 말했다. "12시까지 촬영 안 하면 환불 안 됩니다." 멘탈이 무너졌다.어떻게 이런 일이 3주 전에 섭외했다. 인스타 팔로워 8만. 반응 좋은 크리에이터. 이전에 다른 브랜드 콜라보 2번. 문제없었다고. 계약서 썼다. 촬영 일정 확정했다. 리마인드 문자 2번 보냈다. 전날 저녁에도 "내일 봐요!" 답장 받았다. 근데 안 온다. 팀원이 말했다. "혹시 사고 난 거 아니에요?" 그럴 리 없다. 인스타 스토리 10분 전에 올렸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진. 아. 진짜 그냥 안 온 거다. 30분 안에 해야 했던 것들 11시. 한 시간 남았다. 첫 번째. 팀장 설득. "대체 크리에이터 찾아볼게요." "1시간 안에요?" "...네." 두 번째. 대체 크리에이터 연락. 평소 알던 프리랜서 5명한테 문자 돌렸다. "오늘 11시 30분 촬영 가능하세요? 30분만 나와주시면 됩니다." 3명 안 읽음. 1명 "오늘 스케줄 있어요 ㅠㅠ" 1명 "어디에요? 지금 강남인데" 강남. 스튜디오는 상수동. "30분이면 올 수 있어요?" "한 시간 걸려요." 안 된다.세 번째. 스튜디오 사장님. "시간 30분만 더 주실 수 있나요?" "다음 팀이 12시 30분에 와요." "촬영 시간 줄일게요. 12시 20분까지만요." "...그래요. 근데 추가 비용 나갑니다." 10만원 더. 어쩔 수 없다. 네 번째. 대표님 보고. "크리에이터 노쇼했습니다." "뭐?" "대체 섭외 중입니다." "계약서는요?" "...있습니다." "그럼 위약금 받아야죠." 위약금. 50만원. 근데 받을 수 있을까. 11시 40분의 기적 강남에 있던 크리에이터가 왔다. 택시 타고. 40분 만에. "미안해요. 택시비 제가 낼게요." "아니에요. 저희가 드릴게요." 2만 5천원. 기꺼이 드렸다. 촬영 시작. 12시 5분. 원래 1시간 촬영인데 15분 만에 끝냈다. 컷 수 줄였다. 구도 단순하게. 대사 최소화. 12시 20분. 촬영 종료. 편집으로 때울 수 있는 정도. 팀원이 말했다. "다행이다." 다행이 아니다. 스트레스로 죽는 줄 알았다.노쇼 크리에이터한테 무슨 일이 저녁 7시. 카톡이 왔다. "죄송해요 ㅠㅠ 급한 일이 생겨서요." 급한 일. 인스타에는 카페 사진. "무슨 일이세요?" 답 없음. 다음 날. 인스타 스토리. 다른 브랜드 촬영 올렸다. 같은 날. 아. 더블 부킹이었구나. 우리 촬영비보다 그쪽이 더 높았던 거다. 계약서 꺼냈다. 위약금 조항 확인. "촬영 당일 불참 시 계약금의 2배 배상" 계약금 50만원. 위약금 100만원. 메일 보냈다. 내용증명. 답장 왔다. "합의하고 싶어요." 통화했다. 30분 동안. 결국 50만원 받았다. 100만원 받으려면 소송. 소송 비용 생각하면 50만원이 낫다. 돈 문제가 아니다. 신뢰 문제다. 그 크리에이터는 블랙리스트 등록했다. 업계 지인들한테도 공유했다. 이후 바뀐 것들 첫 번째. 계약서 강화. 위약금 조항 더 명확하게. "촬영 48시간 전 취소 시 계약금 100% 위약금" "촬영 당일 불참 시 계약금의 3배 배상" 두 번째. 백업 크리에이터. 이제 섭외할 때 항상 2명. 메인 1명, 백업 1명. 백업한테도 비용 준다. 대기 비용 10만원. 안 오는 것보다 싸다. 세 번째. 리마인드 시스템. 촬영 3일 전: 일정 확인 문자 촬영 1일 전: 통화로 재확인 촬영 당일 오전: "지금 출발하셨나요?" 문자 네 번째. 크리에이터 평판 관리. 엑셀 파일 만들었다. 이름, 연락처, 작업 이력, 신뢰도 점수. 노쇼한 사람은 영구 기록. 신뢰도 높은 크리에이터 구별법 6개월 동안 30명 넘게 작업했다. 패턴이 보인다. 신뢰도 높은 크리에이터:첫 연락에 24시간 안에 답장 계약서 꼼꼼히 읽고 질문함 촬영 전날 먼저 연락 옴 촬영 당일 10분 일찍 도착 작업 후 피드백 요청함신뢰도 낮은 크리에이터:연락 늦음. 읽씹 많음 계약서 안 읽음. "네네" 만 함 촬영 당일까지 연락 없음 시간 딱 맞춰 오거나 늦음 촬영 끝나면 바로 끊김근데 팔로워 수랑은 상관없다. 팔로워 2만인데 신뢰도 높은 사람 있고 팔로워 10만인데 노쇼하는 사람 있다. 중요한 건 프로 의식. 이게 일인지 취미인지 구분 못 하는 사람 많다. 요즘 크리에이터 시장 솔직히 말하면 공급 과잉이다. 크리에이터 되고 싶은 사람 너무 많음. 근데 프로는 적다. 시간 지키고, 계약 지키고, 결과물 책임지는 사람. 요즘 애들은 '인플루언서' 타이틀에 취해 있다. 협찬 받는 건 좋아하는데 의무는 싫어함.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하면서 수정 요청 거부. 계약서에 수정 2회 가능하다고 써놨는데. 그래서 요즘은 신인보다 경력자 선호. 비용 2배 들어도 신뢰도 높은 사람이 낫다. 노쇼로 촬영 날리는 것보다 싸다. 크리에이터들도 알아야 한다. 한 번 신뢰 잃으면 끝이라는 거. 업계 좁다. 소문 빠르다. 노쇼 한 번 하면 다른 기획사도 안 쓴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왔다.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봤다. 백업 크리에이터한테 문자 왔다. "오늘 급하게 불러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음에도 연락 주세요." 이런 사람이 프로다. 노쇼한 크리에이터 인스타 들어갔다. 팔로워 8만 3천.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근데 우리랑은 다시 일 못 한다. 맥주 한 캔 땄다. 오늘 하루 돌아봤다. 스튜디오비 40만원. 백업 크리에이터 출연료 30만원. 택시비 2만 5천원. 위약금 받은 거 50만원. 손해는 22만 5천원. 근데 배운 건 많다. 백업의 중요성. 계약서의 중요성. 신뢰도의 중요성. 22만 5천원으로 산 교훈이다. 비싸지만 필요했다.다음 촬영은 다음 주 화요일. 백업 크리에이터 2명 섭외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