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 Dec, 2025
금요일 오후 5시, 새로운 바이럴 트렌드가 터졌을 때
5시 17분, 틱톡 금요일 오후 5시 17분. 틱톡 알림이 울렸다. 팔로우하는 크리에이터 계정. 조회수 1000만. 업로드한 지 3시간. "이게 뭐지." 영상을 돌려봤다. 한 번 더 봤다. 세 번째 봤다. 새로운 포맷이다. 본 적 없는 구조다. 댓글창이 미쳤다. "천재다", "이거 대박이다", "따라하고 싶다". 공유 수가 조회수의 15%. 바이럴이다. 노트북을 열었다. 회사 슬랙에 링크를 던졌다. "이거 봤어요? 완전 새로운 포맷인데." 답장은 없다. 다들 금요일 저녁 모드다.카페로 회사에 있으면 집중이 안 된다. 퇴근 시간이다. 성수동 카페로 갔다. 노트북, 아이패드, 스마트폰 세 개를 펼쳤다. 영상을 프레임별로 분석했다.첫 3초: 후킹 방식이 다르다 중간 전환: 새로운 편집 기법 마지막: 행동 유도가 자연스럽다노션에 정리했다. 스크린샷 12장. "이 포맷, 우리 브랜드에 적용하면..." 머릿속으로 기획안이 그려진다. 하지만 확신은 없다.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봤을 거다. 월요일까지 비슷한 영상이 쏟아질 거다. 먼저 올려야 한다. 아니면 아예 다르게 틀어야 한다. 커피를 주문했다. 네 번째다. 밖은 어둡다. 7시 32분.주말 계획 집에 왔다. 10시. 씻지도 않고 노트북을 켰다. 월요일 오전 조회까지 48시간. 정확히는 63시간. 기획안을 쓰기 시작했다. [새 포맷 적용 기획안 v1]촬영 구성 필요한 소품 대본 초안 편집 포인트 업로드 시간모델 섭외가 문제다. 주말이다.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들 연락이 될까. 카톡을 열었다. 자주 작업하는 크리에이터 5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촬영 가능해요? 급한 건데 페이 1.5배 드릴게요." 답장은 하나. "내일 약속 있어요 ㅠㅠ" 나머지는 읽씹.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보인다. "직접 찍을까." 카메라는 있다. 조명도 있다. 편집은 내가 한다. 하지만 얼굴이 나가는 건 부담이다. 회사 콘텐츠에 내 얼굴.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 영상을 또 봤다. 조회수 1500만. 6시간 만에 500만이 늘었다. 댓글창을 내렸다. 이미 비슷한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거 따라해봤어요", "저도 해봤는데 재밌네요". 늦었다. 아니, 아직 안 늦었다. 우리는 브랜드 콘텐츠다. 개인 크리에이터랑 다르다.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자정이 넘었다. 토요일이다.토요일 오전 9시에 눈을 떴다. 스마트폰부터 확인했다. 그 영상 조회수 2300만. 하룻밤 사이에 800만. 인스타그램 릴스에도 퍼졌다. 유튜브 쇼츠에도 보인다. 우리 경쟁사 계정을 확인했다. 아직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다." 일어나서 씻었다. 커피를 내렸다. 노트북을 열었다. 어젯밤 기획안을 다시 읽었다. 뭔가 부족하다. 그냥 따라하는 느낌이다. "우리만의 색깔이 뭐지."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펼쳤다. 우리 타겟층. 우리 톤앤매너. 새 포맷에 우리 브랜드 정체성을 넣는 방법. 30분 동안 고민했다.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거다." 기획안을 처음부터 다시 썼다. [새 포맷 적용 기획안 v2 - 브랜드 정체성 강화] 구성이 달라졌다. 메시지가 명확해졌다. 이제 촬영만 하면 된다. 크리에이터 섭외는 포기했다. 직접 한다. 스마트폰 거치대를 세팅했다. 조명을 켰다. 리허설을 10번 했다. 실제 촬영 3번. 편집을 시작했다. 프리미어를 켰다. 음악 선곡. 자막 타이밍. 전환 효과. 5시간이 걸렸다. 완성본을 봤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확신은 없다.토요일 저녁 영상을 회사 단톡방에 올렸다. "주말인데 급하게 만들어봤어요. 피드백 부탁드려요." 대표님이 답했다. "오 빠르네요. 월요일에 얘기해요." 월요일. 이미 늦는다. "지금 올리면 안 될까요? 트렌드가 식기 전에." "일단 월요일에 팀원들이랑 공유하고 결정하죠." 답답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개인 계정에 올릴까 생각했다. 팔로워 5천. 테스트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회사 콘텐츠를 개인 계정에 먼저 올리는 건 애매하다. 창밖을 봤다. 어둡다. 틱톡을 열었다. 그 포맷의 영상들이 쏟아진다. 조회수는 백만 단위. 십만 단위. 만 단위. 포화 상태다. "망했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보인다. 콘텐츠 기획이 이렇다. 타이밍이 전부다.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3일. 그 안에 올려야 한다. 월요일 오전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눈을 감았다. "다음엔 더 빨리 움직여야지."일요일 정신 차리고 일어났다. 11시. 어차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른 전략을 짰다. "완전히 다른 각도로 가자." 새 포맷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 트렌드를 비틀어보기로 했다. 노션에 새 페이지를 만들었다. [새 포맷 역발상 기획안] 모두가 A를 할 때, 우리는 A를 분석하는 콘텐츠. 메타 콘텐츠다. 크리에이터들이 좋아하는 방식. 기획안을 다시 썼다. 대본을 다시 짰다. 오후 2시부터 다시 촬영. 편집. 이번엔 3시간 만에 끝냈다. 경험치가 쌓인다. 완성본을 봤다. 이건 확신이 든다. 단톡방에 올렸다. "토요일 버전 말고, 이걸로 가면 어떨까요. 차별화 포인트가 확실해요." 대표님이 봤다. "오, 이게 낫네요. 월요일에 최종 결정하죠." 또 월요일. 하지만 이번엔 괜찮다. 이 콘텐츠는 트렌드를 타는 게 아니라 트렌드를 다루는 거다.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 저녁을 먹었다. 치킨을 시켰다. 넷플릭스를 켰다. 하지만 집중이 안 된다. 스마트폰을 들었다. 틱톡을 열었다. 그 포맷은 여전히 돌아간다. 하지만 조회수는 떨어진다. 포화됐다. 알고리즘이 밀어주기를 멈췄다. "역시."월요일 오전 10시 출근. 회의실로 갔다. 대표님, 마케팅팀장, 디자이너가 모였다. 내 영상을 봤다. 일요일 버전. 팀장이 말했다. "좋은데요. 이거 바로 올리죠." 대표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피 조금만 수정하고 오늘 오후에 업로드." 드디어. 책상으로 돌아왔다. 카피를 수정했다. 썸네일을 만들었다. 해시태그를 정리했다. 오후 3시.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동시 업로드. "제발." 1시간 후. 조회수 5천. 2시간 후. 1만 2천. 3시간 후. 3만. 나쁘지 않다. 하지만 바이럴은 아니다. 댓글은 괜찮다. "이 관점 신선하네요", "역시 다른 각도". 공유 수는 조회수의 8%. 준수하다. 알고리즘이 밀어줄지는 모르겠다. 퇴근 시간. 7시. 영상 조회수 6만. 안정적으로 오른다. "이 정도면 됐다." 금요일 오후 5시 17분. 그 알림부터 지금까지. 63시간.콘텐츠 기획은 타이밍이다. 하지만 타이밍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이번 주말, 그걸 배웠다.
- 05 Dec, 2025
레퍼런스 폴더가 2GB를 넘은 날
2.14GB 오늘 아침에 폰 저장공간 알림이 떴다. "저장공간이 부족합니다." 확인했다. 사진 폴더 용량이 2.14GB다. 전부 레퍼런스다.습관 좋은 콘텐츠를 보면 캡처한다. 틱톡 보다가. 인스타 보다가. 유튜브 쇼츠 보다가. "이거 레퍼런스 된다." 화면 캡처 버튼 누른다. 저장한다. 출근길 지하철 30분에 20개 캡처. 점심시간에 15개. 퇴근길에 또 30개. 하루에 최소 60개다. 한 달이면 1800개. 4년 하면... 계산 안 해본다. 폴더 구조 처음엔 정리했다. "숏폼_레퍼런스" "릴스_참고자료" "썸네일_아이디어" 폴더 만들고 분류했다. 3주 갔다. 지금은 전부 카메라 롤에 섞여있다. 어제 저녁 먹은 사진. 지난주 회의 화이트보드 사진. 2달 전 본 틱톡 캡처. 전부 한 폴더다.아이러니 회의 중이었다. "저번에 본 그 레퍼런스 있잖아요." "뭔데?" "그거요. 후킹 엄청 강했던 거." "어디서 봤는데?" "...폰에 캡처해뒀는데." 스크롤 시작했다. 5분 지났다. 못 찾는다. "나중에 찾아서 공유할게요." 회의 끝났다. 30분 더 찾았다. 안 나온다. 분명 있다. 봤다. 캡처했다. 어디 갔지. 창의성의 저주 동료가 물었다. "너 레퍼런스 엄청 모으지?" "응." "근데 진짜 다시 봐?" 대답 못 했다. 돌아와서 생각했다. 지난달 모은 레퍼런스 200개. 실제로 다시 본 건 5개. 2.5%다. 나머지 195개는 그냥 저장만 했다. "나중에 볼 거야." "언젠가 쓸 거야." 거짓말이었다.검색의 한계 레퍼런스를 찾는 방법은 두 가지다.날짜로 찾기 스크롤로 찾기날짜는 기억 안 난다. "3월쯤... 아니 2월?" 스크롤은 끝이 없다. 2천 개 사진을 다 내린다. 손목 아프다. 결국 포기한다. "그냥 다시 찾아보지 뭐." 틱톡 켠다. 30분 본다. 또 레퍼런스 10개 캡처한다. 악순환이다. 동기화의 배신 노션에 정리하기로 했다. "이번엔 진짜 체계적으로." 페이지 만들었다.숏폼 레퍼런스 후킹 강한 영상 편집 스타일 사운드 활용릴스 레퍼런스 썸네일 아이디어페이지는 예쁘다. 안에 내용은 3개다. 작성일: 3주 전. 진짜 문제 문제는 캡처가 아니다. 문제는 소화다. 좋은 콘텐츠를 보면 흥분한다. "이거다! 이 느낌!" 바로 캡처한다. 그리고 잊는다. 3초 전 흥분은 사라진다.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뇌가 처리할 시간이 없다. 인풋만 있고 아웃풋이 없다. 팀장 조언 팀장이 말했다. "콘기획아, 레퍼런스 적게 봐." "네?" "많이 보면 창의성 떨어져." 이해 안 갔다. "레퍼런스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팀장이 웃었다. "레퍼런스는 영감이야. 답안지 아니고." "영감은 3개면 충분해." "나머지는 네 머릿속에서 나와야지." 돌아와서 생각했다. 내 기획안에서 내 생각은 몇 %일까. 실험 일주일 동안 캡처 안 하기로 했다. 첫날. 좋은 콘텐츠 봤다. 손이 근질근질하다. 참았다. 대신 노트에 적었다. "후킹: 첫 1초에 질문 던지기" "편집: 0.5초마다 컷 전환" "사운드: 트렌딩 사운드 + 자막 강조" 3줄이다. 캡처보다 기억에 남는다. 둘째날. 또 좋은 거 봤다. 또 적었다. "스토리텔링: 실패담 → 극복 → 교훈" "썸네일: 놀란 표정 + 큰 텍스트" 2줄이다. 그런데 회의에서 바로 설명할 수 있었다. 캡처본 찾을 필요 없었다. 깨달음 레퍼런스는 도구다. 많이 모으는 게 목적이 아니다. 잘 활용하는 게 목적이다. 2천 개 레퍼런스를 안 보는 것보다 5개 레퍼런스를 제대로 분석하는 게 낫다. 저장은 쉽다. 소화는 어렵다. 캡처는 1초다. 이해는 10분이다. 정리 오늘 폰 용량 정리했다. 레퍼런스 폴더 2.14GB. 전부 삭제했다. 손이 떨렸다. "나중에 필요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지웠다. 삭제 완료. 1.89GB 확보. 속이 시원하다. 필요한 레퍼런스는 다시 찾으면 된다. 찾아지지 않으면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던 거다. 새 규칙 레퍼런스 캡처 규칙을 만들었다.하루 5개까지만 캡처하면 바로 1줄 메모 일주일 지나면 삭제 정말 중요하면 노션에 분석글 작성까다롭다. 그래서 좋다. 진짜 좋은 것만 남는다. 패러독스 콘텐츠 기획자의 패러독스다. 많이 보면 영감이 생긴다. 많이 보면 생각이 안 생긴다.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레퍼런스에 의존하면 안 된다. 저장하고 싶다. 저장만 하면 의미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 지금 폰 용량은 여유롭다. 레퍼런스 폴더는 비어있다. 불안하다. 그런데 머리는 더 맑다. 어제 회의에서 기획안 발표했다. "레퍼런스 있어요?" "제 머릿속에 있어요." 팀장이 웃었다. 기획안 통과됐다.레퍼런스는 영감이지 답안지가 아니다. 2GB 삭제하고 나서야 알았다.
- 04 Dec, 2025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날과 미는 날의 차이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날과 미는 날의 차이 어제는 신이었는데 오늘은 범인 어제 올린 숏폼 조회수 127만. 오늘 올린 거 5만 3천. 똑같은 시간대. 같은 포맷. 비슷한 편집. 후킹도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팀장이 슬랙 보냈다. "오늘 거 왜 이래?" 나도 모른다.알고리즘은 설명을 안 해준다. 왜 어제는 밀어주고 오늘은 안 밀어주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추측뿐. "어제 게시 시간이 좋았나?" "썸네일 색감 차이?" "첫 3초 후킹력?" 다 같아 보이는데 숫자는 20배 차이. 밀어주는 날의 기분 월요일 아침 10시. 출근하자마자 노션 확인. 전날 밤 11시에 올린 영상 조회수 50만. 댓글 1200개. 공유 3400. 심장이 뛴다. 진짜로. "터졌다!" 팀원들한테 슬랙으로 캡처 보냈다. 다들 축하 이모지.이날은 뭐가 달랐나. 타이밍? 목요일 밤 11시. 다들 침대에서 폰 보는 시간. 주제? 직장인 공감 콘텐츠. '회의 중 딴생각' 시리즈. 길이? 47초. 끝까지 보게 만드는 길이. 근데 이것들은 지난주에도 다 맞췄었다. 지난주 조회수? 8만. 차이가 뭐였을까. 알고리즘이 "오늘은 너 밀어줄게" 했던 거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안 밀어주는 날의 자괴감 수요일 오후 3시. 점심 먹고 확인. 아침 10시에 올린 영상 조회수 3만 2천. 6시간 지났는데 3만. 보통 6시간이면 20만은 가야 한다. 우리 채널 평균이. 뭐가 문제지. 썸네일 다시 봤다. 괜찮은데. 제목 다시 봤다. 후킹 있는데. 첫 3초 다시 봤다. 임팩트 있는데.편집자한테 물어봤다. "뭐가 이상해 보여?" "아니요. 잘 뽑힌 것 같은데요." 그럼 뭐가 문제야. 알고리즘이 안 밀어준 거다. 정확히는, 초기 노출을 안 준 거다. 유튜브 쇼츠든 틱톡이든 인스타든, 처음 1시간이 승부다. 그 1시간 동안 누구한테 얼마나 보여줄지는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우리는 통제 못 한다. 알고리즘의 논리 알고리즘은 학습한다. 유저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영상을 끝까지 보는지. 어떤 걸 공유하는지. 그걸 기반으로 '이 영상은 잘될 거야' 판단한다. 근데 그 판단 기준이 매주 바뀐다. 2주 전까지는 "완시청률" 중요했다. 끝까지 보는 비율. 그래서 우리는 영상 길이 45초로 맞췄다. 지난주부터는 "공유" 중요해졌다. 그래서 공유 유도 멘트 넣었다. 이번 주는? "저장" 중요하다는 소문. 그래서 저장 유도 멘트 테스트 중. 근데 이게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알고리즘은 설명서를 안 준다. 같은 콘텐츠, 다른 운명 진짜 미친 경우가 있었다. 똑같은 영상 두 번 올린 적 있다. 실수로. 첫 번째: 화요일 오전 11시 업로드. 조회수 6만. 두 번째: 목요일 오후 8시 업로드. 조회수 89만. 완전 같은 영상인데 15배 차이. 이유? 목요일 밤에 알고리즘이 밀어줬다. "추천" 탭에 올라갔다. 그것뿐. 우리가 뭘 다르게 한 게 아니다. 타이밍과 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제일 힘든 게 이거다. 내가 열심히 해도 결과를 장담 못 한다. 기획 3시간. 촬영 2시간. 편집 4시간. 총 9시간 들인 영상. 조회수 4만. 즉흥으로 30분 만에 만든 영상. 조회수 120만. 논리가 없다. 팀장이 물어본다. "왜 이번 건 안 됐어?" "알고리즘이 안 밀어줬어요." "그럼 왜 안 밀어준 거야?" "모르겠습니다." 이 대화 일주일에 세 번. 밀어주는 날을 만들려는 시도들 그래도 포기 안 한다. 패턴 찾으려고 노력한다. 시도 1: 게시 시간 최적화 월요일일요일, 오전밤 다 테스트했다. 결론: 목요일 밤 10-11시가 제일 좋다. 우리 채널 기준. 근데 이것도 매달 바뀐다. 시도 2: 첫 3초 강화 후킹 멘트 10가지 테스트. "이거 모르면 손해" - 평균 "절대 하지 마세요" - 좋음 "진짜요...?" - 제일 좋음 근데 같은 멘트도 어떤 날은 먹히고 어떤 날은 안 먹힌다. 시도 3: 썸네일 A/B 테스트 같은 영상, 썸네일만 두 가지로 테스트. 파란색 배경 vs 빨간색 배경. 파란색이 이길 줄 알았는데 빨간색이 2배 더 잘됐다. 근데 다음 주에 다시 테스트하면 파란색이 이긴다. 일관성이 없다. 알고리즘과의 심리전 이제는 알고리즘이 사람처럼 느껴진다. 기분 좋으면 밀어주고, 기분 나쁘면 묻어버리는. 물론 실제로는 데이터와 머신러닝이지만. 그래도 의인화하게 된다. "오늘 알고리즘 기분 좋나 봐." "이번 주 알고리즘이 우리 채널 싫어하나 봐." 팀원들이랑 이런 얘기 진지하게 한다. 웃긴 건,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다 똑같이 얘기한다. "알고리즘이 날 버렸어." "알고리즘한테 미움받는 중." 통제 못 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착각 상사들은 데이터를 믿는다. "이번 달 평균 조회수 15% 하락했네요. 이유가 뭔가요?" 이유? 알고리즘이 우리 채널 노출 줄였다. "근거는요?" 없다. 느낌이다. 근데 진짜 그렇다. 같은 퀄리티 유지했는데 노출이 줄었다. 도달률이 20%에서 8%로 떨어졌다. 우리가 뭘 잘못한 게 아니다. 알고리즘이 전략을 바꿨다. 근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 "알고리즘 탓입니다" 하면 변명처럼 들린다. 그래서 억지로 이유를 만든다. "썸네일 색감을 바꿔보겠습니다." "게시 시간을 조정하겠습니다." 실제로는 이게 큰 영향 없다는 거 안다. 근데 뭐라도 해야 하니까. 터지는 영상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지난 6개월간 100만 이상 간 영상들 분석했다. 총 17개. 길이: 32초~1분 15초. 들쭉날쭉. 주제: 직장, 연애, 일상, 공감. 패턴 없음. 게시 시간: 오전, 오후, 밤. 다 섞임. 썸네일: 파란색 7개, 빨간색 4개, 노란색 6개. 공통점을 못 찾겠다. 유일한 공통점: 초기 1시간 동안 알고리즘이 밀어줬다. 그게 전부다. 크리에이터의 숙명 어제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만났다. 틱톡 팔로워 50만. 유튜브 구독자 30만. 얘기 나누다가 알고리즘 얘기 나왔다. "요즘 조회수 떨어지지 않아요?" "미쳤죠. 갑자기 반토막." "이유 알아요?" "모르죠. 알고리즘이 싫어진 것 같은데." 똑같다. 규모 크든 작든 다들 알고리즘 눈치 본다. 밀어주면 감사하고, 안 밀어주면 스트레스받고. 우리는 알고리즘의 손바닥 위에 있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월급 받으니까. 일단 이게 제일 크다. 근데 솔직히 그것만은 아니다. 터지는 순간의 쾌감. "이번 건 진짜 잘됐다" 싶은 순간. 댓글에 "이거 완전 공감ㅠㅠ" 달리는 거 보는 순간. 그게 중독성 있다. 알고리즘이 밀어주든 안 밀어주든, 일단 만든다. 오늘 안 터지면 내일 터질 수도. 내일도 안 터지면 모레 터질 수도. 언젠가는 터진다. 그걸 믿고 계속한다. 통제 못 하는 걸 인정하고, 그래도 통제하려고 애쓰고. 이게 콘텐츠 기획자의 삶.알고리즘은 신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그냥 변수다. 큰 변수.
- 03 Dec, 2025
Notion 태그가 50개인 이유
Notion 태그가 50개인 이유 시작은 순수했다 작년 3월이었다. 팀장이 말했다. "콘기획님, 콘텐츠 성과 분석 좀 체계적으로 해봐요." 좋았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왜 어떤 콘텐츠는 터지고 어떤 건 안 터지는지. 데이터로 정리하면 패턴이 보일 거라고 믿었다. Notion 데이터베이스 만들었다. 처음엔 태그 5개였다. '바이럴 성공', '바이럴 실패', '평범', '실험', '보류'. 깔끔했다. 단순했다. 일주일 유지됐다.태그는 증식한다 문제는 '바이럴 실패'였다. 왜 실패했는지가 중요한데. 그냥 '실패'로만 분류하면 의미가 없었다. 태그를 나눴다. '후킹 약함', '타겟층 미스', '편집 아쉬움', '타이밍 안 맞음'. 일리 있었다. 구체적이었다. 그런데 '후킹 약함'도 세분화가 필요했다. '썸네일 문제', '제목 문제', '첫 3초 문제'. '타겟층 미스'도 마찬가지. '20대 노린 거 30대가 봄', '남성 타겟인데 여성 유입', 'MZ 아닌 4050 반응'. 한 달 뒤 태그가 20개였다. "좀 많은데?" 동료가 물었다. "정확해야 하잖아." 내가 답했다.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환상 6월쯤. 태그가 35개였다. '알고리즘 변화 의심', '경쟁 콘텐츠 많음', '시즌 이슈 종료', '크리에이터 컨디션 나쁨', '촬영 당일 날씨 흐림'. 마지막 건 농담 아니다. 실제로 만들었다. 날씨 흐린 날 찍은 콘텐츠가 조회수 낮다는 가설. 3개 데이터 있었다. 패턴이라고 믿었다. 회의 때 발표했다. "날씨가 콘텐츠 퀄리티에 영향을 줘요." 팀장이 웃었다. "콘기획님 요즘 너무 피곤한 거 아니에요?" 피곤하긴 했다. 매일 밤 11시까지 Notion 정리했다. 오늘 올린 콘텐츠 3개. 각각 태그 10개씩 달았다. '바이럴 가능성 중', '후킹 보통', '편집 깔끔', '타겟층 정확', '업로드 타이밍 최적', '썸네일 클릭률 예상 4%', '예상 조회수 5만'. 다음 날 결과 나왔다. 조회수 800. 태그 추가했다. '예측 완전히 빗나감'.50개 달성의 순간 9월. 태그 50개 돌파했다. 기념해야 하나 싶었다. 웃겼다. 슬펐다. 최근 추가된 태그들: '분석 포기', '감으로 올림', '이유 모름', '그냥 올려봄', '태그 달기 귀찮음'. 아이러니했다. 태그를 정리하려고 만든 태그가 정리를 포기한다는 내용. 동료가 내 Notion 봤다. "와 미쳤다. 이거 실제로 쓰는 거예요?" "응." 대답했다. "근데 요즘 안 써." 진짜였다. 9월 들어서 콘텐츠 5개 올렸는데. 태그 하나도 안 달았다. 달 의미를 모르겠었다. '바이럴 실패 - 후킹 약함 - 썸네일 문제 - 클릭률 2% - 예상 3% - 타겟층 20대 여성 - 실제 유입 30대 남성' 이렇게 달아도. 다음 콘텐츠는 또 실패했다. 데이터가 답을 안 줬다. 패턴이 안 보였다. 아니, 보였다. '모든 콘텐츠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패턴. 왜 50개까지 갔을까 주말에 카페 앉아서 생각했다. 태그 50개 만든 이유. 통제하고 싶었던 거다. 콘텐츠가 왜 터지는지 모르는 게 무서웠다. '운'이라고 인정하기 싫었다. '후킹이 약해서', '타이밍이 안 맞아서', '알고리즘이 안 밀어줘서'. 이유가 있으면 대응할 수 있다. 다음엔 고치면 된다. 근데 진짜 이유는 뭘까. 어제 올린 콘텐츠. 조회수 50만. 왜 터졌는지 모른다. 썸네일? 평범했다. 후킹? 딱 3초, 다른 것들이랑 비슷했다. 타이밍? 금요일 오후 6시, 늘 하던 시간. 댓글 봤다. "ㅋㅋㅋㅋ이게 왜 웃기지" "알고리즘이 이걸 왜 띄워줘" "아 근데 또 보게 됨" 이유 없었다. 그냥 터졌다. 태그 달 수가 없었다. '운 좋음'? 우습다. '이유 모름'? 이미 있다. 결국 아무것도 안 달았다. 태그 대신 남은 것 10월. Notion 데이터베이스 열었다. 태그 50개 다 지웠다. 새로 만들었다. 딱 3개. '재밌었음', '재미없었음', '모르겠음'. 주관적이다. 데이터 아니다. 근데 이게 맞는 것 같았다. 콘텐츠는 과학이 아니다. 패턴 있는 것 같은데 없다. 없는 것 같은데 또 있다. '후킹이 약하면 안 터진다'는 규칙. 예외가 5개 있으면 규칙이 아니다. '타겟층 정확하면 성공한다'는 가설. 타겟층 정확한데 망한 거 10개 있다. 결국 감이다. 데이터 보면서 키우는 감. 근데 데이터에 갇히면 감이 죽는다. 요즘은 그냥 올린다. 재밌으면 올린다. 안 터져도 괜찮다. 어차피 다음 콘텐츠 기획해야 한다. 이번 거 왜 안 터졌는지 분석하는 시간에. 다음 거 하나 더 만드는 게 낫다. 번아웃의 신호였다 돌아보면 태그 50개는 번아웃 신호였다. '컨트롤해야 해', '이유를 알아야 해', '패턴을 찾아야 해'. 강박이었다. 콘텐츠 기획자는 크리에이터다.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다. 물론 데이터 봐야 한다. 조회수, 클릭률, 체류 시간, 이탈 구간. 다 중요하다.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왜 사람들이 이걸 재밌어할까'를 고민해야지. '왜 이 콘텐츠가 3.2% 클릭률이 나왔을까'에 매달리면 안 된다. 3.2%와 3.8%의 차이. 알고리즘 변동일 수도 있다. 그날 경쟁 콘텐츠가 강했을 수도 있다. 그냥 재수 없었을 수도 있다. 모른다. 모르는 게 정상이다. 태그 50개 만들면서 깨달았다. '나 지금 일 하는 게 아니라 일 흉내 내고 있구나'. 지금은 Notion 태그 3개로 산다. '재밌었음' 태그 달린 콘텐츠. 조회수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다. 패턴 없다. 근데 다시 보면 웃긴다. 내가 재밌어한 콘텐츠는 나중에 봐도 재밌다. '재미없었음' 태그. 조회수 높은 거 하나 있다. 50만 넘게 나왔다. 근데 나는 재미없었다. 타겟층 의식하느라 내 취향 죽였다. 성공했지만 자랑스럽지 않다. '모르겠음' 태그. 제일 많다. 솔직하다. 모르겠는데 올린 거. 올려봐야 아는 거. 회의 때 팀장이 물었다. "요즘 Notion 관리 안 하시죠?" "네. 태그 다 지웠어요." "왜요?" "의미 없더라고요." 팀장이 웃었다. "그래도 되나?" "어차피 패턴 없잖아요. 콘텐츠는." "맞네." 대화 끝났다. 나중에 슬랙으로 메시지 왔다. "저도 예전에 그랬어요. 태그 100개 만들었었죠. 다 소용없더라고요." 100개. 나보다 심했다. 웃겼다. 모두가 지나가는 길인가 보다.태그 50개 시절, 나는 답을 찾으려 했다. 지금은 안다. 콘텐츠에 정답은 없다. 있는 건 다음 콘텐츠뿐이다.
- 03 Dec, 2025
밤 11시 회의에서 나온 최고의 아이디어들
밤 11시, 슬랙이 울렸다 "지금 틱톡 보고 있어? 이거 우리도 해볼까?" 팀장님 메시지다. 11시 17분. 아직 침대에 안 누웠다. 침대에 앉아서 숏폼 보고 있었다. 일인지 취미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트렌드 모니터링이라고 하면 일이다. "봤어요. 이거 우리 버전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요." 답장 보냈다. 3초 만에 읽음 표시. "줌 켤까? 5분만." 켰다. 30분 됐다.낮에는 안 나온다 9시 30분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평범했다. "요즘 ○○○ 챌린지 핫하잖아요." "저희도 해볼까요?" "음... 다들 하는 건데..." 침묵. 커피 마시는 소리만. 3시 회의도 비슷했다. 레퍼런스 10개 펼쳐놨다. 다 좋긴 한데 우리 색깔이 안 나온다. 회의록에는 "재논의" 적혔다. 오후 5시쯤 PD가 물었다. "오늘 촬영분 어떻게 갈까요?" "일단... 찍어보고 편집하면서 생각해봐요." 애매한 답. 본인도 안다. 근데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퇴근했다. 7시 10분. 일찍 나온 편이다. 집 가는 지하철에서 틱톡 켰다. 10분 만에 3개 저장했다. 레퍼런스 폴더가 불어난다.밤이 되면 달라진다 집 도착. 8시 반. 씻고 나왔다. 9시. 침대에 앉아서 유튜브 쇼츠 돌렸다. 배경음악으로. 노션 켰다. "콘텐츠 아이디어" 페이지. 오늘 저장한 영상들 다시 봤다. 낮에는 "이거 어떻게 우리 걸로 만들지" 막막했는데. 지금은 보인다. "아, 이거 ○○○로 패러디하면 되겠다." "우리 제품 특징이랑 이 밈 조합하면..." "1차 후킹은 이렇게, 3초 뒤에 반전..." 노션에 막 적었다. 구조도 나왔다. 썸네일 구도도. 11시 됐다. 슬랙 알림. 팀장님이다. 아까 그 영상 보내면서. "이거 어때?" 통화 시작했다. 둘 다 흥분했다. 아이디어가 막 나왔다. "이거 우리 시리즈로 가져가면 되잖아?" "맞아요. 3편까지 기획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내일 아침에 공유할까?" "네, 제가 정리해서 올릴게요." 통화 끊었다. 11시 42분. 잘 시간인데 노션 정리부터 했다. 30분 더.왜 밤에 나올까 생각해봤다. 여러 번. 낮에는 압박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 내야 해." 이게 머리를 누른다. 회의실에 사람 많다. 다들 기대한다. 뭔가 대단한 거. 근데 대단한 건 쉽게 안 나온다. 시간 제약도 있다. 1시간 회의면 1시간 안에. 결론 내야 한다. 급하게 나온 아이디어는 날카롭지 않다. 밤은 다르다. 혼자다. 침대에 앉아 있다. 아무도 안 본다. 실패해도 된다. 이상한 조합 해봐도 된다. 시간 제약 없다. 2시간 걸려도 된다. 내일 아침에 정리하면 된다. 그리고 뇌가 풀렸다. 8시간 일하면서 이미 생각 많이 했다. 낮에 본 레퍼런스들이 무의식에 쌓였다. 밤에 혼자 영상 보면서 연결된다. "아, 낮에 본 그거랑 이거랑..." 조합이다. 새로운 게 아니다. 낮에 본 것들의 새로운 조합. 밤에는 판단도 느슨하다. "이거 될까?" 덜 따진다. 일단 적는다. 내일 아침에 다시 보면 된다. 근데 신기한 게. 밤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침에 봐도 괜찮다. 오히려 더 좋을 때 많다. 11시 회의의 최고 아이디어들 지난 3개월 돌아봤다. 조회수 100만 넘긴 콘텐츠 5개. 다 밤에 나온 아이디어다. 하나는 밤 10시 슬랙 대화에서. PD랑 나랑 영상 링크 주고받다가. "이거 우리 제품으로 패러디하면?" "오 대박. 내일 찍자." 다음 날 오전 촬영. 오후 편집. 저녁 업로드. 다음 날 아침에 터졌다. 또 하나는 금요일 밤 11시. 혼자 침대에서 틱톡 보다가. 댓글 창 봤다. "이거 ○○○ 버전도 보고 싶다." 바로 노션 켰다. 구조 짰다. 월요일 아침에 팀 공유. 화요일 촬영. 수요일 업로드. 대박. 제일 기억나는 건 새벽 1시 아이디어. 잠 안 와서 유튜브 쇼츠 보고 있었다. 알고리즘이 이상한 영상 추천했다. "이게 왜 떴지?" 봤다. 별로였다. 근데 댓글 보니까 반응 좋다. "아, 이게 웃긴 거구나." 우리 시각이랑 대중 시각이 다르다. 이걸 깨달았다. 다음 날 회의에서 말했다. "우리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거 말고, 대중이 웃긴다고 하는 거 해봐요." 논리적으로는 이상했다. 근데 해봤다. 터졌다. 일과 취미의 경계 요즘 헷갈린다. 퇴근했다. 집 왔다. 침대에 누웠다. 틱톡 켰다. 30분 봤다. 이게 일인가? 취미인가? 재밌다. 근데 레퍼런스도 찾고 있다. 트렌드도 모니터링한다. 웃으면서 스크린샷도 찍는다. 친구는 퇴근하면 드라마 본다. 완전히 끈다. 업무 생각 안 한다. 나는 못 끈다. 영상 보면 자동으로 분석한다. "이 영상 후킹 좋네." "이 편집 컷 배울 만하다." "이 음악 요즘 뜨나 봐." 꺼지지가 않는다. 뇌가. 스트레스일까? 아닐 때도 많다. 재밌다. 진짜로. 새로운 밈 발견하면 신난다. 알고리즘 패턴 파악되면 쾌감 있다. 근데 가끔 지친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싶다. 주말에 카페 갔다. 노트북 켰다. 콘텐츠 아이디어 정리했다. 옆 테이블 사람이 물었다. "주말에도 일하세요?" 대답 못 했다. 일인가? 근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하고 싶어서 한다. "취미 같은 일이에요." 이렇게 답했다. 애매했다. 밤샘의 대가 월요일 아침. 9시 30분. 어제 밤 11시에 나온 아이디어 발표했다. "오, 이거 좋은데요?" "바로 진행해볼까요?" 팀원들 반응 좋았다. 뿌듯했다. 근데 졸렸다. 어젯밤 2시에 잤다. 아이디어 정리하느라. 오전 회의 3개. 점심 먹고. 오후에 촬영 모니터링. 4시쯤 됐다. 졸음 쏟아졌다. 커피 세 번째 마셨다. "야근 아니지만 야근 같은 삶." 동료 PD가 말했다. 맞다. 정규 시간에는 회의, 촬영, 편집 관리. 실제 기획은 밤에. 밤에 영감 받으면 정리해야 한다. 아침에 까먹는다. 그래서 또 잔다. 다음 날 피곤하다. 오전에 회의하면서 졸다. 점심 먹고 나면 더 졸다. 저녁 되면 깬다. 집 가서 또 영상 본다. 밤 11시쯤 또 아이디어 나온다. 반복이다. 지속 가능한가? 모르겠다. 선배는 5년 차에 번아웃 왔다. 3개월 쉬었다. 돌아와서 말했다. "SNS 3개월 안 봤더니 세상 평화롭더라. 근데 트렌드 다 놓쳤어." 웃겼는데 웃기지 않았다. 알고리즘의 시간표 알고리즘은 밤낮 없다. 새벽 2시에 업로드한 영상이 오전 8시에 터진다. 오후 3시에 올린 게 밤 11시에 뜬다. 패턴 없다. 예측 불가다. 그래서 항상 대기다. 영상 올렸다. 1시간 지켰다. 초반 반응 체크. "댓글 달리는 속도가..." "조회수 그래프가..." 분석한다. 밤 11시든 새벽 2시든. 알림 끄면 안 된다. 댓글 달리면 바로 답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좋아한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9시에 영상 올렸다. 10시에 터지기 시작했다. 댓글 초당 5개. 자려고 했다. 근데 못 잤다. 댓글 답했다. 새벽 1시까지. 다음 날 100만 뷰. 성공이다. 근데 토요일 오전을 날렸다. 침대에서 죽었다. 이게 맞나? 싶다가도. 조회수 보면 보람 있다. 창의성의 시간대 창의성은 9 to 6가 아니다. 낮 12시에 "지금부터 창의적으로 생각하세요" 안 된다. 샤워하다가 나온다. 지하철에서 나온다. 침대에 누워서 나온다. 콘텐츠 기획은 더하다. 트렌드는 실시간이다. 오전 10시에 터진 밈이 오후 3시에 식는다. 회의 잡아서 논의하면 늦다. 보자마자 기획해야 한다. 그게 밤 11시면 밤 11시. 경쟁사도 본다. 같은 걸. 동시에. 누가 빨리 우리 버전 만드나. 속도 싸움이다. 그래서 밤에 슬랙 켠다. 팀장도 안다. PD도 안다. 다들 켠다. "지금 이거 봤어?" "응, 봤어. 우리 거 내일 찍을까?" "각본 간단하게 짜볼게." 11시 30분 대화. 다음 날 오전 촬영. 오후 업로드. 이기는 방법이다. 피곤하지만. 다음 아이디어는 언제 지금 10시 48분. 침대에 앉았다. 틱톡 켰다. 오늘 올린 콘텐츠 반응 좋다. 50만 뷰 넘었다. 댓글도 많다. 뿌듯하다. 2초. 다음 아이디어 생각한다. 내일 회의 있다. 뭐 가져갈까. 레퍼런스 폴더 열었다. 어제 저장한 것들. 하나씩 본다. "이건 아닌데." "이것도 애매." 계속 스크롤한다. 11시 넘었다. "아, 이거다." 영상 하나 눈에 들어왔다. 조회수 많지 않다. 근데 구조가 좋다. "이거 우리 식으로..." 노션 켰다. 적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다. 밤 11시 기획 타임. 내일 아침에 팀한테 공유한다. 반응 좋을 것 같다. 이 감은 틀린 적 없다. 근데 지금은 자야 한다. 내일 9시 30분 회의다. 5분만 더. 구조만 잡고. 11시 37분.밤에 나온 아이디어가 다음 날 조회수 100만을 만든다. 그래서 못 끊는다.